[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현직 대통령이 한 종목 단체 국가대표팀 선임 과정 논란을 꼬집으며 해결책을 요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한축구협회(KFA) 행정 난맥이 체육계에서 정치적 이슈로 불거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으로부터 KFA 감사 결과 보고를 받았다. 문체부는 지난 7월부터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논란 등 KFA를 둘러싼 각종 사태와 관련해 감사를 시행했다. 2일 중간 발표한다. 유 장관은 발표를 이틀 앞두고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축구협회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문체부가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확실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유 장관 보고엔 지난 2월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역시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 없이 대통령이 직접 종목 단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낸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여러 해석을 차치하고 KFA 행정 논란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데 이어 대통령까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였다. ‘수장’인 정몽규 회장의 책임론이 다시 확산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감독 선임 과정 논란에 가담한 것처럼 프레임이 씌워진 홍명보 감독에게 모든 압력과 비난 화살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다수 국회의원은 KFA의 미숙한 감독 선임 절차를 꼬집었다. 홍 감독도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선임 과정에 개입하거나 부당한 일을 행사한 건 밝혀지지 않았다.

KFA는 감독을 뽑는 전력강화위원회를 이끈 정해성 전 위원장의 사임 이후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에게 전권을 맡기는 과정, 이 이사가 박주호 등 당시 전력강화위원에게 감독 최종 선임에 관해 위임받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조처로 논란을 키웠다.

어디까지나 감독 선임의 주체인 KFA가 짊어질 책임인데 홍 감독을 절차적 정당성 논란에 빠뜨린 것에 다수 축구인 등의 비판이 만만찮다. 대표팀 내 일부 주력 유럽파도 이런 부분에 공감하며 홍 감독에게 힘을 싣고 있다. 문체부 역시 감독 선임 과정상 문제점을 확인하면서 홍 감독이 자진해서 물러날 정도의 책임이 있지 않다는 데 견해가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근무 태만 논란과 더불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클린스만 감독 선임도 뚜렷한 절차 없이 정 회장 주도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울러 지난해 불거진 승부조작 축구인 기습사면 사태 등 KFA의 아마추어적인 행정 실수는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근래 들어서는 축구인끼리 대립각을 세우고, 감독 선임 등 자신들의 기술 영역마저 정치인 등에게 비판받으면서 축구계는 아수라장이 됐다.

자연스럽게 KFA 행정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마녀사냥식’ 피해자가 나올 것을 우려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모든 열쇠는 결국 정 회장이 쥐고 있다. 4선 연임 도전 여부가 화두인 가운데 정 회장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그 사이 축구계는 갈수록 ‘욕받이’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원로 축구인 A씨는 “이임생 이사는 회장 지시대로 업무했다. 홍 감독도 KFA에서 1순위로 자신을 점찍고 제안한 것을 받아들였다. 이들을 앞세워 국민의 지탄을 받게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때론 이들이 정 회장의 ‘호위무사’처럼 느껴진다. 이제까지 축구계에 이바지한 부분을 인정받고 명예롭게 물러나려면 지금 사퇴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