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결국 감독의 권한이 커져야 한다.

수원은 올 시즌 극심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10경기 2무8패로 최하위다.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했다. 10라운드에서는 홈에서 대구FC에 0-1로 패했다. 11위 강원FC(승점 10)와 격차가 이미 8점까지 벌어졌다. 수원은 지난달 이병근 감독을 경질하는 강수를 뒀으나, 최성용 감독 대행 체제로 치러진 3경기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수원은 대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새 감독을 물색했다. 위기감을 느낀 수원은 그동안 추구해온 ‘리얼 블루’를 버렸다. 김병수 감독을 선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아직 확정은 아니다.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 구성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은 감독 후보군을 정리한 뒤 최근엔 2명으로 압축했다. 김학범, 전경준 감독 등도 거론됐으나, 수원의 선택은 일단 김병수다.

김 감독은 고려대학교 코치, 영남대학교 감독을 역임했다. 특히 영남대에서 두드러질 만한 성과를 냈다. 그리고 2018년 여름부터 강원FC에 부임해 확고한 축구 철학과 획기적인 전술로 ‘병수볼’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2021시즌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에도 잠깐 몸담았으나 사실상 야인으로 지냈다.

수원은 추락하는 ‘난파선’과 같다.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 감독의 권한이 커져야 한다. 수원은 줄곧 이적시장에서 감독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던 구단이다. 감독이 원하는 선수보다 구단과 프런트의 의중이 더 반영됐다. 그러다 보니 감독이 선보이고 싶어 하는 철학과 색깔이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라야 한다. 특히나 여름 이적시장은 수원에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부진을 이겨내고 반전을 이뤄내기 위해선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단 개편은 불가피하다. 구단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리얼 블루’를 철회한 것처럼 감독에게 사실상의 전권을 줘도 무방하다. 김 감독은 어떤 지도자보다 확고한 ‘축구 철학’이 있는 감독이다. 동계 전지훈련을 건너뛰고 시즌 중에 부임하는 만큼 팀을 파악하고 다시 재정비할 권한이 꼭 필요하다.

시간과 인내도 감수해야 한다. 수원은 앞선 3명의 감독의 2년 임기를 모두 채우지 못했다. 심지어 이병근 감독은 정확히 1년 만에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더이상 추락할 곳도 물러설 곳도 없다. 김 감독이 부임한다면 그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구단과 프런트도 자신들보다 새 감독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고통 없는 변화와 혁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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