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예상한 그대로다. 드래프트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신인 다수가 빠르게 프로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전체 1순위 한화 김서현부터, 2순위 KIA 윤영철, 3순위 롯데 김민석 모두 1군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펼쳐보인다. 전체 15순위 SSG 송영진과 전체 27순위 LG 박명근, 전체 11순위 한화 문현빈 또한 벌써 소속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향후 팀의 얼굴이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신인왕을 놓고 봤을 때 선두권은 따로 있다. 한화 2년차 우투수 문동주(20)와 NC 3년차 우투수 이용준(21)이다. 둘다 선발투수로서 든든히 로테이션을 돌면서 에이스급 활약을 펼쳔다. 문동주는 5경기 27.2이닝 2승 2패 평균자책점 2.28. 이용준은 5경기(4경기 선발 등판) 23.2이닝 2승 0패 평균자책점 1.14을 기록하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첫 한 달을 넘긴 현재 시점에서 신인왕 투표를 진행하면 둘이 경합을 벌일 게 분명하다. 신인왕 후보를 대상으로한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스탯티즈 참조)에서 문동주가 1.01, 이용준이 1.21로 선두를 다투고 있다.

선발투수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토종 선발투수가 늘 부족한 KBO리그에서는 특히 그렇다. 2021년 이의리, 2020년 소형준 신인왕 수상 또한 이들의 선발투수인 게 가산점이 됐다. 일주일에 한 번 등판하지만 경기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포지션이며 상대 전력분석의 표적이 된다. 그래서 일 년 동안 안정적으로 100이닝 가량을 소화하는 것 만으로도 팀에 큰 도움이 된다.

부상과 같은 변수만 없다면 문동주와 이용준 모두 100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선발투수로서 필수요건인 다양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 역대 토종선수 최고구속 160.1㎞를 기록한 문동주는 단순히 공만 빠른 투수가 아니다. 커브와 슬라이더의 위력도 뛰어나며 이를 통해 경기를 운영할 줄 안다. 지난 7일 대전 KT전에서 속구 제구가 다소 흔들리자 커브와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구사해 마운드를 지켰다. 2스트라이크 이후 두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던져 선발승을 거뒀다. 지난해 습득한 체인지업에 완성도를 더하면 모든 무기를 갖춘다.

이용준도 그렇다. 속구 구속이 문동주 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변화구의 완성도는 문동주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각도 큰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며 힘 있는 속구를 통해 변칙 승부를 펼칠 줄 안다. 1점대 평균자책점과 더불어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는 0점대(0.89)다. 이용준이 활약하면서 외국인 선발투수 테일러 와이드너의 부상 이탈도 자연스럽게 메워진 NC다. 캠프까지만 해도 5선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고 시범경기 기간 와이드너 이탈로 준비한 히든카드가 든든한 에이스 카드가 됐다.

새 얼굴의 활약은 늘 반갑다. 그게 선발투수라면 특히 그렇다. 국제대회마다 지적된 투수 문제에 해답이 될 수 있다. KBO리그도 마냥 외국인투수에 의존하는 모습에서 탈피할 필요도 있다. 일본프로야구처럼 에이스 혹은 원투펀치 구실을 하는 투수들이 토종으로 채워질 때 진정한 수준 향상을 이룰 것이다. 문동주와 이용준의 호투 행진에 더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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