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이 정도면 양해가 아니라 ‘통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일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24명 명단을 발표했다. 대표팀은 오는 15일부터 사흘간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소집 훈련에 나선다. 이번 소집엔 해외파가 모두 빠졌는데 엄원상(울산 현대), 양현준(강원FC), 고영준(포항 스틸러스), 고재현(대구FC) 등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자원들이 대거 포함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각 구단에 사실상 통보했다. 우선 축구협회는 8일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24명 명단을 공개했다. 일부 구단 관계자가 이를 확인하고 황당해했다. 구단에 어떤 협조도 구하지 않고 명단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 명단은 몇 시간 뒤에 홀연히 사라졌다. 여기까진 실수 또는 촌극으로 넘어갈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축구협회는 대표팀 차출이 있으면 보통 2~3일전, 적어도 하루 전에는 구단에 알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기자단에 8일 오후 3시38분경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일부 구단은 1시간 전인 2시20분께가 돼서야 축구협회의 차출 협조 공문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상의 ‘통보’다. 이마저도 공문을 아예 받지 못한 구단도 존재한다. 몇몇 구단은 9일까지도 대표팀 차출과 관련한 협조 공문을 받지 못했다. 구단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았음에도 공식 채널을 통해 축하하거나 알리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사를 통해 자신의 구단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됐다는 것을 인지한 구단 관계자도 존재했다.
황선홍 감독은 직접 K리그1,2 구단 감독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해당 보도자료 말미에는 황 감독이 “K리그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시기임에도 선수들의 차출을 협조해준 각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정작 협회와 구단 간에는 어떤 소통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감독에게 대표팀 차출을 알린 것이 구단의 생각이고 동의했다고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것이 구단과 소통한 건 아니지 않나. 협회의 일방적인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 역시 “대표팀 차출인데 협조하지 않을 구단이 어디 있겠나. 시즌 중 차출인데 양해와 협조를 구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라고 축구협회의 절차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심지어 5월은 공식 A매치 기간도 아닐 뿐 더러 시즌이 한창이다. 경기 수도 많다. 대한축구협회(FA)컵까지 치러야 한다. 그렇다고 대표팀 소집을 거부할 구단은 없다. 그렇기에 통보하듯 하는 축구협회의 소통과 절차에는 문제가 있다. A대표팀 소집 때도 발표 1시간 전에 구단에 공문을 보내는지 축구협회에 되묻고 싶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으나, 절차와 순서는 지켜야 하는 것이다. 당연한 건 없다. 축구에서 ‘기본기’는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처럼 행정에도 ‘기본’이라는 것이 있다. ‘기본’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