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김민규기자]“포수, 정말 힘든 직업입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아찔한 사고를 경험하면 그 후유증이 남는다. 프로야구 선수도 예외가 아니다. 투구에, 타구에 맞아 큰 부상을 겪었다면 공포의 잔상이 머릿속에 새겨질 수밖에 없다. 부상에서 돌아온 NC 안방마님 박세혁(33)은 꼭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며 진심어린 속내를 털어놨다.

박세혁은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리그 KT와의 원정 3연전 첫날 경기에서 자신의 시즌 3호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6-4 승리를 이끌었다. 더욱이 부상에서 복귀 후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다 이날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

그는 지난달 14일 인천 SSG와의 경기에서 외국인타자 길레르모 에레디아가 휘두른 배트에 머리를 맞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배트에 가격당한 왼쪽 머리 부위가 2~3cm 가량 찢어져 꿰맨 박세혁은 부상으로 이탈했다 열흘 뒤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하지만 부상의 후유증 탓일까. 박세혁은 부상 전 타율 0.263에 2홈런 4타점으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부상에서 복귀한 후 7경기에서 타율 0.045(22타수 1안타)로 부진에 시달렸다. 박세혁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타격 밸런스가 깨져있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귀해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돌아봤다.

이를 꿰뚫어 본 사령탑 강인권 감독은 타석에서 조금이나마 박세혁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부상 전 2번 타순에서 복귀 후 6번 타순에 배치했다. 강 감독의 세심한 배려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하늘까지 도왔다. NC는 우천취소로 5일을 휴식한 후 이날 경기에 나서 맹활약을 펼친 것.

박세혁은 “우천취소된 것이 나한테는 좋은 계기가 됐다. 휴식을 취하면서 이것저것 연습한 게 아니라 코치님들과 마음가짐이나 심리적으로 조금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생각할 시간을 가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제 다 좋아졌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를 통해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며 조심스레 속내를 털어놨다. 박세혁은 “포수는 굉장히 힘든 직업이다. KBO리그에 많은 포수들이 있는데 너무나도 고생이 많다. 누구보다 땀도 많이 흘리고 공에 많이 맞는다. 3D포지션이라 쉽지 않은 만큼 대우도 받겠지만 진짜 힘든 직업”이라며 “(타자들이)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리 우리가 피한다고 해도 경기에 집중하더라도 자신의 자리와 위치가 있는 거다. 어느 정도 주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팬들의 걱정에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내가 머리 쪽에 자꾸 다치니깐 (팬들이)많이 걱정해주신다. 너무 감사하다. 이번 부상은 그냥 꿰매고 다 좋아졌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며 “아직 시즌 초반이다. 이제 시작이나 다름없으니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하다보면 더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