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장수하는 그룹이 되고 싶어요. 여든일곱살에 할 디너쇼도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JTBC 보이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피크타임(PEAK TIME)’ 에서 최종 우승한 ‘팀 11시’ 의 그룹 배너(VANNER)가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한다.
지난 2019년 2월 데뷔한 배너는 태환, 곤(GON), 혜성, 아시안(Ahxian), 영광으로 구성된 5인조 보이그룹이다. 데뷔 당시엔 주목받지 못했으나 최근 종영한 ‘피크타임’에서 노래, 춤, 무대 매너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실력으로 ‘무대천재’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심사위원들의 호평 속에 최종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뭐가 됐든 시켜만 주시면 빼지 않고 다 하겠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너 멤버들은 앞으로 활동 계획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당찬 포부와 들뜬 마음, 꿈에 한발짝 다가간 부푼 설렘이 멤버들 모두에게서 느껴졌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였던 ‘피크타임’, “정말 간절했죠”
배너는 무대에서 못다 한 우승 소감을 전하며 유독 부모님을 자주 언급했다. 그 모습에서 멤버들이 그간 느꼈을 마음고생이 느껴졌다. 영광은 “어머니께서 많이 걱정해주셨는데 자랑스러운 아들이 된 거 같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곤은 “예상치 못한 값진 결과를 얻어서 기쁘고 멤버들 부모님 모든 분께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라며 “팬분들에게도 오랜시간 기다려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멋진 모습 보여줄테니 같이 놀아보자고 얘기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배너에게 ‘피크타임’은 첫 경연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순위보다는 배너란 그룹을 알리는게 목표였다고. 태환은 “기회가 왔고 마지막이니 꼭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과보다는 무대를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고 떠올렸다.
곤은 “무대를 정말 사랑하는 멤버들이어서 망설임 없이 출연했고, 배너란 그룹을 알리고 오는 걸 목표로 삼았다”라고 덧붙였다.
두 달간의 여정이었다. 이번 경연을 거치면서 성장한 점에 대해 혜성은 “다른 팀과의 경연은 부담스럽고 해보지 않아서 긴장도 많이 됐지만, 남들과 비교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경연이라 생각하고 우리의 한계치를 부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라고 말했다.
몬스타엑스의 ‘러브킬라’를 선곡해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섹시미를 선보인 무대로 팀워크를 키웠다는 혜성은 “저희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콘셉추얼한 무대라 함께 고민하고 회의하면서 준비했다. 자기가 생각하는 캐릭터를 닮아가는 모습을 보며 이게 ‘팀워크’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태환은 “전에는 우리의 강점을 잘 몰랐다. ‘피크타임’으로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우리는 라이브가 강점인 팀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피크타임’에서 줄곧 상위권을 차지하며, 우승이란 쾌거를 달성한 배너. 우승 이후 소셜 채널 팔로워 수가 2배, 팬카페 회원수는 4배가량 증가했고, 엔씨소프트 자회사 클렙엔터테인먼트가 매니지먼트 업무를 담당하겠다고 나서면서 든든한 지원군도 생겼다.
이전까지 배너는 대표와 멤버들 외엔 직원이 없었다고. 곤은 “이전엔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안 계셨는데 최근에 지하철을 탔더니 저를 알아봐 주시더라. 정말 신기했다”라며 방긋 웃었다.
“알바하다 만난 팬, 응원 덕에 꿈 포기하지 않았다”
‘피크타임’ 출연 전까지 모든 멤버가 생계유지를 위해 아이돌 활동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한 과거가 알려지며 ‘알바돌’이라는 별명을 얻은 배너는 그간의 시간을 떠올리며 느꼈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영광은 CGV 미소지기, 혜성은 러쉬 판매왕, 태환은 떡볶이집 서빙, 곤은 이디야커피, 아시안은 롯데리아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
영광은 “데뷔 이후 코로나 19가 터지며 설 무대가 줄어들었다.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수의 길은 내 길이 아닌가 생각도 많이 했다. 그래도 꿈을 잃긴 싫어 존경하는 선배님들의 무대를 찾아보며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두 가지 일을 병행해야 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혜성은 “당시 매장에서 한 손님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계산을 해줬는데 그분이 제 팬이라고 하시더라.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망설이던 순간에 ‘오빠는 무대 밑이든 위든 멋있으니 주눅 들지 말고 무대에서 다시 만나자’라고 하더라. 그때 팬들의 사랑 덕분에 버틴 거 같다”고 말했다.
경연 중에도 떡볶이집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태환은 “우승 후 사장님이 축하해주셨다. 현재도 해당 떡볶이 집에 팬 분들이 찾아와 주신다고 하더라”라며 밝게 웃었다.
특히 리더인 태환은 이전 소속사에서 팬카페와 소셜 계정 운영, 유튜브 콘텐츠 기획·촬영·편집, 스케줄 관리 업무까지 직접 맡아 ‘10(십)잡스’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이제 가수에 집중하게 되며 ‘원(1)잡’으로 바뀌게 됐다.
태환은 “감사하게도 이제는 원잡스가 됐지만 십잡스였을 때도 저는 행복했다. 멤버들을 위해 일을 하는 거였고, 제 꿈을 놓치지 않기 위한 거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행복하다”라며 “지금은 좋은 결과를 얻고 좋은 회사를 얻게 돼서 가수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라 더없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단 한 명의 멤버 탈퇴도 없이 그 시간들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고 말했다. 곤은 “서로의 환경과 상황을 존중하고 배려해줬다. 코로나19 이후로 없어진 무대에서도 조금씩 무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작든 크든 그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재밌었다. 재밌어서 포기할 수 없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주경기장 넘어 코첼라까지! 배너의 힘찬 날갯짓
올해 앨범 발매 계획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태환은 “‘피크타임’을 하면서 느낀 부분이 많다. 보완할 점은 보완하고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회사와 다방면으로 논의 중이다. 빠른 시일 내에 찾아뵈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원하는 새 앨범 콘셉트에 대해 혜성과 영광은 청량한 콘셉트로 ‘서머킹’ 자리를 욕심냈고, 태환은 섹시 콘셉트에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너는 지난 5~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피크타임’ 톱6 콘서트 ‘유어 타임’(YOUR TIME) 무대에 올랐다. 6월 24~25일엔 부산 KBS홀에서 같은 공연으로 부산 관객과 만난다.
큰 무대에 서면서 그 순간에도 믿기지 않았다는 배너는 “멋진 아티스트들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는 자체가 너무 행복하고 꿈같던 하루”라고 입을 모았다. 곤은 “제가 살아있음에 대한 이유를 느꼈다. 더 큰 공연장에서 앞으로 많은 분들게 더 큰 힘을 드리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혜성은 “코로나로 인해 무대를 많이 못했던 터라 신이 났다. 6월 부산 콘서트 때 다시 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엔 잠실 주경기장, 고척돔에 이어 코첼라까지 더 큰 무대에 오를 날을 꿈꾼다는 배너. 곤은 “간절히 바라고 희망하면 꿈은 이뤄진다고 하더라. 미국 빌보드 차트인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태환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글로벌 팬분들 많은 기회를 통해 찾아뵙고 싶다”라며 글로벌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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