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람틴(홍콩)=황혜정기자] 오버핸드로 야구를 시작했고, 2022년 국가대표팀에 첫 승선했다. 그러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이드암에 도전했다. 처음엔 제구가 잘 되지 않아 고민도 많았지만, 많은 연습량을 통해 제구를 잡았고 마침내 국제 대회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한일 이중국적을 가진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투수 오노 사유리(18)의 이야기다.
사유리는 지난 30일(한국시간) 홍콩 사이소완 야구장에서 열린 2023년 아시안컵(BFA) 홍콩과 슈퍼라운드 1차전에 구원 등판해 1.2이닝 동안 1실점하고 승리 투수가 됐다. 사유리가 2회말 1사 만루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으로 막은 것이 대표팀 승리를 이끈 원동력이었다.
사유리는 2-1로 한 점 차 아슬아슬하게 앞서던 2회말 1사 만루에서 선발 곽민정에 이어 등판했다. 그러나 공 3개로 이닝을 단숨에 끝냈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진 사유리는 우익수 플라이로 2사 만루를 만들었고, 후속 타자를 공 한 개만에 우익수 플라이로 잡고 이닝을 깔끔히 마쳤다.
사유리는 3회에도 무실점 호투했다.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홍콩 타자에게 중전 2루타를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후속타자를 2루수 앞 땅볼로 잡고 2아웃을 만들었고,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한 개 내주며 2사 1,2루 위기를 맞았지만 남은 타자를 1루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4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사유리는 선두타자에 우전 안타를, 후속타자에 중전 적시타를 맞고 김보미와 교체돼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첫 실점이었다.
경기 후 사유리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만루인 건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정신이 없어 만루를 의식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며 웃었다. 이날 홍콩은 섭씨 36도까지 올라가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사유리는 대표팀 정용운 투수 코치의 조언을 받아 오버핸드에서 사이드암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정 코치는 “사유리에게 조언을 했는데 자기가 혼자 레슨장도 열심히 다니고 연습해오더니 제구도 잡아왔더라. 기특하다”며 “사유리가 사이드암인데다가 아직 힘이 부족해 볼끝이 슬라이스가 먹는다. 그래서 타자들이 사유리의 공을 치기 까다로워 한다. 사이드암으로 변신이 신의 한 수 같다”고 했다. 사유리는 “대표팀에서 정용운 코치님과 함께 세밀한 교정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사유리는 변화구를 던지지 않지만 이러한 이유들로 변화구처럼 공이 간다. 그는 “나는 포심패스트볼 그립 하나만으로 던지는데 미세한 손가락 힘 조절로 이 공이 속구처럼 쭉 갈 때가 있고, 아니면 슬라이더처럼 휠 때가 있다. 물론 다른 변화구도 계속 연마 중이다. 다음 대회 때는 여러 변화구를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 중 사유리를 야구의 길로 이끈 그의 아버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국제대회에서 첫 승리 투수가 된 것을 축하한다’는 짧지만 따뜻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 메시지를 받은 사유리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났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