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영찬이가 주눅들 수 있으니까 마주치지 않게 하려고 했다.”

LG 포수 박동원이 16일 잠실 두산전 후 벤치 클리어링 상황을 돌아봤다. 몸에 맞는 볼 이후 투수를 생각해 시선을 가리게 한 게 예상치 못한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7회초 2사 1, 3루 양석환 타석에서 양석환이 유영찬의 속구에 맞았다. 몸쪽으로 깊게 들어간 공이 양석환의 왼다리로 향했다.

투수의 공에 맞은 양석환은 박동원과 마주했다. 둘이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선수들이 하나 둘 홈플레이트로 모이기 시작했다.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도 그라운드에 들어오면서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다행히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빠르게 상황이 진정됐고 양석환은 1루로 향했다. 그리고 유영찬은 2사 만루 위기에서 강승호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타구가 바운드 되면서 처리하기 어려웠는데 오지환이 신속히 대시해 이를 잡았고 1루로 송구했다. 그리고 1루수 정주현이 오지환의 어려운 송구를 잡아내면서 LG는 실점을 피한 채 7회초를 마쳤다. LG는 7회말 김민성의 결승타, 그리고 8회말 2점을 더해 7-4로 승리했다.

경기 후 박동원은 ‘멀리서 보기에는 양석환과 언쟁을 하는 것 같았다’는 말에 “싸우지 않았다. 몸에 맞는 볼이 나온 후 갑자기 벤치에서 우르르 뛰어나와서 더 놀랐다. 내가 수비하는 상황에서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이 놀랐다. 나는 타자를 말리고 있었다. 타자가 기분 나쁘게 맞았는데 그렇다고 싸울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유)영찬이가 주눅들 수 있으니까 서로 마주치지 않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더라. 그래서 마주치지 않게 하려고 가리고 있었다. 그게 다였다”고 몸에 맞는 볼 이후 상황을 회상했다.

유영찬은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벤치 클리어링 후 코치님께서 ‘신경 쓰지 말고 네 공 던져라’고 하셨다. 그래서 신경 쓰지 않고 내 공 던지려고 했다. 좀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웃었다.

곧바로 나온 호수비에 대해서는 “항상 뒤에 형들이 좋은 수비로 타구를 잡아줄 것으로 생각한다. 형들 수비가 워낙 좋으니까 당시 호수비도 당연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위기를 극복한 유영찬은 8회초에도 등판해 아웃카운트 2개를 올렸다. 이날 1.2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4승째를 올렸다. 벤치 클리어링 후 더 집중한 LG는 5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 자리를 사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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