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항명은 아니다.”
때아닌 항명 논란. 팀 성적이 급전직하하면 뒷말이 나온다. 관심이 큰 팀일수록 그 파문은 더 거세다. 롯데가 때아닌 항명 논란 직후 코치진 개편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롯데는 27일 박흥식 수석코치를 1군 타격코치로, 이종운 퓨처스 감독을 1군 수석코치로 임명했다. 투수 컨디셔닝을 총괄하던 김현욱 코치가 투수코치로, 1군 투수코치였던 배영수 코치가 퓨처스 총괄코치로 이동했다. 주루를 담당하던 김평호 코치를 2군으로 내린지 나흘 만에 두 번째 코치진 개편이다. 이번에는 그 범위가 상당해 눈길을 끈다.
대대적인 코치진 개편은 통상 이동일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홈 6연전을 시작하는 날 코치진을 전격 개편한 건 뒷말을 남기기 충분하다. 인사가 급하게 이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구단 고위층과 현장의 의견일치가 더뎠다는 관측도 나올 수 있다. 여러모로 매끄럽지 않은 인사다. 특히 박흥식 배영수 코치는 구단이 삼고초려 끝에 야심차게 영입한 인사다. 전반기도 마치기 전에 보직을 변경한 것 역시 말 만들기 좋아하는 야구계에서는 좋은 먹잇감이다.
균열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팀이 상종가일 때도 잦은 엔트리 변동에 대한 불만이 이곳저곳에서 나왔다. 결과가 좋았으므로 외부로 확산하지는 않았다. 감독과 코치, 코치와 코치, 코치와 선수간 불협화음도 꾸준했다. 더 잘하려는 충심이 의견대립으로 이어졌고, 빠르게 봉합했지만 앙금은 남았다. 앙금이 쌓이고 쌓이면 폭발하기 마련인데, 마침 성적도 떨어졌다. 책임전가하기 좋은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구단 고위관계자는 “항명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의견을 교환하다보면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또다른 핵심 관계자도 2군 총괄로 내려간 배영수 코치뿐만 아니라 다른 코치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 흥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솔직한(?) 목격담을 공개했다. “잘해보려고 서로 노력하던 과정에 다소 격앙했을 수는 있지만 감정대립이 치열했던 건 아니”라는 강변도 나왔다.
관계자들의 말을 100% 신뢰할 수도 없다. 방어적으로 설명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물은 엎질러졌다. 구단 관계자들의 변명처럼 “분위기 쇄신차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말은 어쨌든 성적으로 증명하는 길뿐이다.
이번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선수도 있다. 단장, 감독 등 현장을 이끄는 지휘관들의 판단착오도 무시할 수 없다. 팀이 패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 달간 장기 슬럼프라면, 선수나 코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게 가장 비겁한 리더의 자세다.
한두 경기 반짝할 수는 있지만, 팀 분위기는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코치진 개편으로 드라마틱한 반등을 끌어낸다면 그 또한 코치 인선을 잘못한 지휘관들의 책임이다. 롯데가 시즌 반환점도 돌기 전에 치명적인 암초를 만났다. 래리 서튼 감독이 돌파구를 어디에서 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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