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US여자오픈 트로피에 내 이름을 새기고 싶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1946년 창설한 US여자오픈은 트로피에 역대 우승자 이름을 새기는 전통이 있다. 초대 우승자인 패티 버그부터 2022년 우승자 이민지까지 빼곡히 적혀있다. 이 트로피에는 9명의 한국인 이름도 새겨져 있다. 박세리(46)가 그 유명한 ‘하얀 맨발’을 공개하며 한국인 첫 우승자(1998년)로 이름을 올린 이래 김주연 박인비 지은희 유소연 최나연 전인지 박성현 이정은6 김아림 등이 10승을 따냈다. 박인비는 2008년과 2013년 두 차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전성기를 견인한 스타들이 US여자오픈 우승을 계기로 미국프로골프(LPGA)투어로 진출한 터라 한국 선수들에게는 ‘기회의 문’으로 꼽힌다. 올해도 K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박민지(25·NH투자증권), 이소미(24·대방건설), 이다연(26·메디힐) 등이 지난 1일 출국해 시차와 현지 적응훈련에 돌입했다.

박민지는 “대회 개막 전까지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끌어올린 뒤 US여자오픈에서 내 이름을 전 세계 팬에게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US여자오픈은 바람으로 악명높은 페블비치(파71·6546야드)에서 열린다. US여자오픈이 페블비치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길고 질긴 러프, 힘과 섬세함을 겸비해야 정복할 수 있는 링크스 코스여서 체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모진 바람을 뚫고 걸어서 라운드해야 하니 “체력을 키워야 완주할 수 있다”는 박민지의 걱정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기대감도 있다. 100년이 넘은 명문 골프코스여서 최혜진은 “언제 또 페블비치에서 라운드할 수 있을까 싶어 설렌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 신기록(159주)을 경신한 고진영(28·솔레어)을 필두로 김효주(28·롯데), 전인지(29·KB금융그룹) 등 LPGA투어 터줏대감도 US여자오픈 트로피 사냥에 나선다. 고진영은 “올 시즌 시작부터 유일한 목표는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며 “메이저대회 우승을 위해 철저하게 컨디셔닝했다”고 강조했다.

KLPGA투어 롯데 오픈에서 잃었던 체력과 샷감을 동시에 회복한 김효주 역시 “페블비치에서 메이저대회를 치른다는 건 뜻깊은 일”이라면서 “한국에서 좋은 기억, 좋은 샷감을 유지해 메이저대회 우승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미·일에서 통산 64승을 따낸 신지애(36)도 2019년 이후 4년 만에 US여자오픈에 출격한다. LPGA투어에서 11승을 따냈고 메이저대회에서도 2승을 따냈지만 US여자오픈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10살 이상 차이 나는 후배들과 경쟁을 통해 ‘골프지존’의 건재함을 알리겠다는 각오다.

LPGA투어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 활약 중인 스타들이 대거 참가하는 만큼 K골프의 위상을 다시 한번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