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SSG ‘22살 영건’ 오원석(22)이 혹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분명 잘하고 있는데, 최근 크게 부진하다.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진다’는 말이 묘하게 떠오른다. 하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엔트리 탈락 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오원석은 9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와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4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1탈삼진 3실점으로 부진한 끝에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SSG는 0-7의 완패를 당했다. 시리즈 1승 1패 마무리다. 8일 경기에서는 9-7의 승리를 거뒀다. 9-2에서 9-7까지 쫓기기는 했으나 그래도 이겼다. 그러나 9일 경기를 내주면서 연승은 실패했다.
같은 날 LG도 졌다. SSG가 이겼다면 승차를 1.5경기로 좁힐 수 있었다. LG가 지는 날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여전히 승차는 2.5경기다.
타선 부진도 문제였지만, 선발 오원석이 어렵게 간 것이 가장 뼈아프다. 역시나 제구가 좋지 못했다. 1~2회는 병살타 하나씩 유도하면서 실점 없이 막았다. 3회말 볼넷, 2루타, 2루타,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2실점 했다. 4회말에는 최재훈에게 솔로 홈런도 맞았다.
아주 많은 실점은 아니었지만, 김원형 감독은 오원석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 5회말 수비에서 오원석을 내리고 이로운을 투입했다. 이로운도 2.2이닝 5피안타(2피홈런) 4실점으로 주춤했다. 선발 오원석이 호투했다면 이로운 등판 시점도 더 뒤가 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날만 부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6일부터 계산하면 6경기에서 1승 4패다. 평균자책점이 7.71에 달한다. 지난 6월21일 잠실 두산전에서 5이닝 4피안타 5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기는 했다. 볼넷이 흠으로 남았다.
다른 경기를 보면, 6월9일 창원 NC전 6이닝 5실점, 6월15일 문학 KT전 4이닝 5실점(3자책), 6월27일 문학 LG전에서 5이닝 8실점 패전을 기록했다.
7월 들어서도 2일 고척 키움전에서 4이닝 5실점으로 좋지 못했고, 9일 다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6월에는 5이닝 이상은 먹었다. 7월 들어서는 두 경기 모두 조기 강판이다. 계산이 서지 않는다.
개막 후 6월8일까지는 10경기 56.2이닝, 4승 2패, 평균자책점 3.49를 올렸다. 퀄리티스타트(QS) 4회에 7이닝 1실점 경기도 두 번이나 된다. ‘김광현의 후계자’라 했고, 그대로 가는 듯했다.
6월9일부터 다른 투수가 됐다. 이날이 기준인 이유가 있다. 항저우 아시간게임 야구대표팀 최종 명단이 이날 나왔다. 애초 승선 후보라 했던 오원석이었지만, 다른 좌완 투수에게 밀리면서 빠지고 말았다. 발표일이 오원석의 등판일이었고, 결과는 6이닝 5실점 패전이다. 이후 계속 흔들리고 있다.
심리적인 허탈감이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아시안게임은 병역 혜택이 걸린 대회다. 나라를 위해 열심히 던지고, 혜택까지 받는다면 최상이다. 그러나 뽑히지 못했으니 아무것도 없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다. 이쪽인 흔들리면 경기가 어렵다. 오원석이 그런 상황일 수도 있다.
김원형 감독은 선을 그었다. “오원석이 6월에 살짝 좋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은, 공교롭게도 엔트리 발표날 선발이었다. 내용도 좋진 않았다. 그래도 그 영향은 아닌 것 같다. 페이스가 떨어지는 시점이 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원석 스스로 시원하게 ‘신경 안 씁니다’고 했다”며 웃은 후 “대체 발탁 이야기도 나온다더라. 물론 아시안게임은 개인에게 큰 문제다. 그러나 소속팀이 또 있지 않나. 밝고, 긍정적으로 하고 있다. 사기 저하는 없다. 아직 어리다. 3년 후에 가도 되지 않나”고 강조했다.
바라는 것은 ‘배짱’이다. “혼자 헤쳐 나가야 한다. 배짱 있게 가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1점도 안 주려고 하면 안 된다. 선발투수가 6이닝 3실점이면 잘한 것이다. 작은 실점에 신경을 쓰니 악순환이 일어난다. 젊은 선수다. 잃을 것도 없다. 너무 잘 던지려고 하다가 힘이 들어간다. 편차가 커진다”고 짚었다.
이어 “볼넷을 주는 타이밍이 안 좋다. 선두타자에게 주고, 위기에서 준다. 결국 빠르게 승부해야 한다. 야구가 있는 한 투수는 볼넷을 줄 수밖에 없다. 다만 ‘언제 주느냐’가 중요하다. 홈런을 맞더라도 붙을 때는 붙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기가 미묘하기는 하지만, 일단 아시안게임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닌 듯하다. 혹시라도 가슴에 담아두고 있다면, 떨쳐내야 한다. 뭔가 쫓기는 모양새다. 시즌 초반 보여준 것이 있기에 ‘회복’이 관건이다. 젊은 선수답게 거침없이 던지는 모습이 필요하다. 일단 잘 던져야 대체 발탁도 가능한 법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