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또 죽었다. 이번에는 베란다에 거꾸로 매달려 사망했다.

배우 박효주가 ‘단명’ 연기자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0일 종영한 ENA 드라마 ‘행복배틀’에서 단 2회만에 충격적인 죽음을 맞아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미 지난 2021년 방송된 SBS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도 췌장암 말기 판정과 함께 남편의 불륜사실을 알게 되는 박복한 전미숙 역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이 드라마로 그해 SBS 연기대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박복’보다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행복배틀’에서 박효주가 연기한 오유진은 완벽한 행복을 전시하며 모두에게 부러움을 사는 전업주부이자 인플루언서다. 그는 아내로서 내조, 엄마로서의 서포트를 완벽하게 해내며 일명 ‘슈퍼맘’이라 불린다.

완벽한 가정을 이룬 것처럼 보이길 원하며 끊임없이 행복을 전시하고 과시하며 엄마들 사이의 ‘행복배틀’에 불씨를 지피는 문제적 인물이다.

박효주는 “처음에 오유진이라는 인물에서 느껴지는 강렬함이 있었다. 대본을 받고 분량보다는 임팩트가 강해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10분 단위로 아쉬움과 허탈함, 속 시원함 같은 것들이 오르락내리락했어요. 오유진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보면 미니시리즈 16부 중 11부~12부에 치닫는 감정을 1, 2부부터 표현해야 해서 매력적이지만 하다 보니 겁이 났어요. 이 여자의 죽음이 16부 내내 끌고 가는 게 있는데 그만큼 임팩트가 강렬해야 한다는 스스로 만들어놓은 부담이 초반에 저를 많이 괴롭혔죠. 힘들고 버겁고 낯설지만 결과를 놓고 봤을 때 뿌듯함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베란다에서 죽는 장면은 두 눈을 부릅뜨고 촬영했다. 눈을 뜨고 죽느냐, 감고 죽느냐에 따라 고민이 컸지만 김윤철PD는 눈을 뜨는 모습을 선호했다.

“눈 뜨고 죽는 장면, 감고 죽는 장면 모두 촬영했어요. 저는 눈을 감고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PD님은 눈을 뜨고 죽는 장면을 더 선호하셨어요. 방송이 나온 후에 PD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했죠. 거꾸로 매달려 이 장면을 촬영하면서 ‘점심 안 먹어서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웃음)”

극 중 오유진은 딸 지율이를 ‘키즈 모델 오디션’에 합격시키기 위해 유명 뮤지컬 배우의 수업을 몰래 듣게 하고, 친구가 다려놓은 의상을 훔쳐 찢어 버리는 등 극단적인 짓까지 저지르기도 한다.

“오유진이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된 것은 아이를 위해서라는 생각과 함께 나타난 과도한 욕망이었던 것 같아요. 과하고 절제되지 않고, 욕망의 시선에 노출되면서 브레이크가 안 잡히는 그런 인물이 유진이인 것 같아요. 또 이렇게 정리되지 않은 마음, 미친 듯이 얻고자 하는 절제되지 않은 욕구는 어떻게 보면 어린 시절 많이 찾았던 애정에서 오는 결핍이고 결국 이런 행동은 ‘모성’이라는 키워드로 정당화됐어요.”

실제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 박효주는 자신도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욕심이 투영되는 경우가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제 욕심이 투영되는 경우가 있어요. 건강하게만 키우고 싶은데 주변의 정보들을 외면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도 소소한 행복을 지켜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저도 한순간 방심하면 괴물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어요.”

2001년 잡지모델로 데뷔한 박효주는 결혼 전까지 형사전문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드라마 ‘별순검’, ‘추적자 더 체이서’, 영화 ‘추격자’ 등 도합 7번의 형사 연기를 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보다 다양한 인물을 소화하고 있다. 박효주는 “욕망이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라며 오랫동안 연기할 수 있도록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공유하기도 했다.

“감정적인 부담이 큰 역할을 맡을 때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경험을 통해서 건강을 챙기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쉴 때 못 쉬는 것도 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새는 잘 먹고 잘 쉬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열심히 재충전해서 돌아올 생각입니다. 차기작을 준비할 때 전 작품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는데, 감정 소모가 많지 않고, 장수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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