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지난 22일 빗속에서 진행된 키움과 롯데의 사직 경기가 빅딜의 방아쇠가 됐다. 우천으로 인해 그라운드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고 수비 과정에서 이정후가 부상을 당했다. 부상 당시에는 결장 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수술 진단과 함께 3개월 공백이 예상된다. 키움의 2023시즌에 거대한 먹구름이 다가온 순간이었다.

이정후가 키움에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MVP를 수상했고 사실상 키움의 얼굴을 넘어 한국 야구의 얼굴로 자리매김했다. 올시즌 공격력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키움 입장에서 이정후의 이탈은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야를 넓게 뒀다. 현재와 미래를 두루 응시했다. 이정후는 올시즌 후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할 계획이다. 어쩌면 이미 이정후 없는 키움 시대가 도래한 것인지도 모른다.

선발 투수가 간절한 LG와 테이블에 앉아 트레이드를 논의했다. LG에 선발 투수 최원태를 보내고 외야수 이주형, 우투수 김동규, 그리고 오는 9월에 열리는 2024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키움 고형욱 단장은 29일 트레이드가 발표된 후 “정후의 부상이 결정적이었다”고 입을 열며 “하지만 시즌을 포기할 수는 없다. 경기 차이가 크게 나는 것도 아니고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원태를 보내는 아쉬움이 있지만 선발진은 보강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2년차였던 2016년부터 선발 투수로 활약해온 최원태는 올시즌에도 17경기 102.1이닝 6승 4패 평균자책점 3.25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WAR 2.85로 토종 선발 중 안우진(4.38), 고영표(3.71), 둘 만 최원태보다 높은 WAR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키움은 선발 투수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최근 장재영이 잠재력을 터뜨리며 진화하는 모습이다. 최원태를 제외해도 안우진, 후라도, 맥키니, 장재영, 정찬헌으로 5인 로테이션이 구성된다.

고 단장은 “재영이가 잘해주고 있다. 앞으로 더 큰 역할을 맡아 줄 수 있다는 게 보인다. 그리고 찬헌이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데 선발이 6명이라 찬헌이가 원치 않게 로테이션을 거를 때가 있었다. 찬헌이에게도 꾸준히 기회를 줘야 한다고 봐서 트레이드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고 단장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는 이주형에 대한 기대도 전했다. 그는 “분명 좋은 선수라고 생각해왔다. 이번 트레이드에 있어 핵심적인 선수가 주형이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면서 “최근 도슨이 잘 해주면서 공격이 활발해지고 있다. 여기에 주형이에게 기회를 주면 공격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LG 또한 이주형을 두고 크게 기대했다. LG 내부적으로 이주형이 이정후와 같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당장 기회를 줄 자리가 없었다. 야수진에서 유일한 빈자리였던 2루도 신민재로 채워졌다.

운명의 장난처럼 이주형이 키움 유니폼을 입고 이정후를 대체하게 됐다. 고 단장은 “주형이가 당장 이정후가 될 것으로 말하기는 너무 섣부르다. 누가 이정후처럼 될 수 있겠나”라면서도 “앞서 말한 대로 충분히 기회를 줄 것이다. 그만한 기대는 분명히 하고 있다”고 일찍이 군복무를 마친 만 22세 외야수에 관한 생각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고 단장은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1라운드 지명을 추가. 1라운드 2개, 3라운드까지 총 6개의 지명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드래프트까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신인 지명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일단 이번 트레이드는 올해와 내년은 물론 앞으로 몇 년까지 바라보고 단행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정후가 이탈한 자리에 이주형이 들어가 활약하고, 최원태가 빠진 자리를 기존 선발진이 메우는 게 키움이 그린 베스트 시나리오다. 베스트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키움은 현재와 미래를 두루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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