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최악의 결과를 마주할 위기에 처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FIFA 랭킹 17위)은 호주·뉴질랜드에서 개막한 2023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 월드컵 16강 탈락이 사실상 확정됐다. 독일(2위)과 콜롬비아(25위), 모로코(72위)와 H조에 묶인 벨호는 조별리그 1~2차전서 콜롬비아(0-2 패)~모로코(0-1 패)에 연달아 패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반드시 잡아야 했던 콜롬비아를 상대로 ‘두 번의 실수’를 저지르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경기 초반 10분대까지는 흐름을 주도했다. 하지만 핸드볼 파울에 이은 페널티킥(PK) 선제 실점, 선발로 나선 윤영글 골키퍼의 어이없는 실수에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벨 감독은 콜롬비아전 이후 선수들의 경기력을 두고 “찬스를 창출했지만 결정적 골 찬스를 잡지 못했고, 그만큼 우리가 잘하지 못했다. 이것이 월드컵이고, 국제적인 여자축구의 수준이다. 이게 현실이다. 우리는 드림랜드에 사는 게 아니다”라고 ‘작심비판’ 했다. 그런 와중에 골키퍼 류지수가 발목 인대 파열로 팀을 이탈했다. 팀 내 세 번째 골키퍼지만, 동료의 불의의 부상은 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벼랑 끝에서 반드시 잡아야 했던 H조 ‘최약체’ 모로코. 하지만 덜미 잡혔다. 이날 역시 초반부터 꼬였다. 본래 수비수 임선주(인천 현대제철)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몸을 풀던 중 갑작스럽게 종아리 통증을 호소해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전날 훈련까지 펄펄 날았던 임선주의 부상에, 현장 스탭들은 모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심서연(수원FC)이 급히 투입되는 등 전술·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했고, 어수선한 상황 속 경기 시작 휘슬이 울렸다.

전반 5분 만에 이브티삼 지라이디에게 헤더골을 내주면서 끌려갔다. 콜롬비아전과 달리 최장신 공격수 박은선(서울시청)을 최전방에 세우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랍권 국가로는 사상 최초로 여자 월드컵 본선에 나온 모로코의 역사적인 대회 1호 골과 첫 승리의 제물이 됐다.

벨 감독이 지난 4년간 외쳤던 ‘고강도’가 무색할 지경에 이르렀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최상이었지만, 모든 게 어긋났다. 벨 감독은 모로코전 내내 허탈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열정적으로 피치 위 선수들을 지휘하던 때와 달리 굳은 표정으로 벤치를 지켰다.

콜롬비아가 독일을 꺾는 이변을 연출, 한국은 16강의 ‘실낱 희망’을 살렸지만 기적을 바라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내달 3일 콜롬비아가 모로코를 잡고, 한국은 독일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 5골차 이상의 대승을 거둬야 한다. 이번 대회서 한 골도 넣지 못하면서 빈공에 허덕이는 벨호에게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황금세대’를 필두로 야심차게 16강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돌아온 건 3전 전패로 짐을 쌌던 지난 2019 프랑스 대회의 ‘악몽’뿐일지 모른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