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기자] #디젤 세단 차량을 8년째 타고 있는 회사원 박모씨(40)는 친환경 이슈 등으로 전기차로 차량을 바꿀까 고민했다. 그러다 최근 여름휴가 차 동해안에 가는 도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벌어진 풍경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휴게소에 들어선 전기차들이 충전을 위해서 빽빽하게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보고 기함을 한 것이다. 심지어 충전 케이블을 놓고 “내 케이블을 왜 빼냐”고 서로 다투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보면서 “아직 전기차를 살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산차와 수입차 포함한 자동차 내수 판매는 89만3737대로 그 중 하이브리드차는 19.8%인 17만6699대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만798대 대비 35.1% 높아진 수치다. 전기차 증가 수치 16.2%와 비교해도 증가세다 남다르다.

한때 하이브리드는 과도기적 모델로 여겨졌지만, 올해 실제 판매량은 전혀 그렇지 않다. 상반기 현대차의 ‘그랜저’의 내수 판매량(6만2970대)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는 3만3056대로 52.5%를 차지했다.

9일 현대차에 따르면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은 지난 2020년 3만8989대를 기록했던 것을 기점으로 2021년 2만6977대, 2022년 1만9120대로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6월)까지 3만3054대나 팔리면서 이미 2020년 판매대수를 넘어섰다. 산술적으로는 올 하반기까지 6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싼타페의 완전 변경 모델과 기아 쏘렌토 부분 변경 모델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 또한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 초기 킬로와트(kW) 40원→최고 400원대까지 10배 올라

이 같은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는 전기차가 초기 보급될 당시와 달라진 충전요금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초창기 아이오닉을 시작으로 현재 테슬라 모델3까지 전기차를 꾸준히 타고 있는 회사원 최모씨(39)는 회사 차량으로는 아반떼와 그랜저 하이브리드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최 씨는 “예전에는 kW당 40원으로 충전이 가능했고 전기요금에 대한 메리트가 컸는데, 최근 충전 비용이 400원까지 오르면서 유지비면에서 전기차만의 이득이 없어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 씨는 “얼리어답터가 아닌 일반 직장인 입장에서 보면 하이브리드 차량이 연비가 좋고, 전기차처럼 충전에서 귀찮지 않아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향후 전기차가 대세가 되더라도 현재는 하이브리드 편의성이 더 높아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르쉐 카이엔 하이브리드 모델을 타고 있는 회사원 서모씨(39)는 “개인적으로 이동 거리가 짧지 않아 충전하는 시간을 고려해서도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전기차를 탔을 때 멀미가 심했던 것도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속에서는 전기 모터를 쓰기 때문에 정숙성도 좋고 휘발유와 대비했을 때 연비도 뛰어나다. 세금·주차장 감면 등 혜택이 많아 하이브리드가 단종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이 차를 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내년 3000만원대 ‘반값’ 전기차 쏟아진다

이처럼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정부 지원이 줄어든 데다 전기차량 증가 추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충전소 등 인프라 부족이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또 내년에 폭스바겐과 현대자동차,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앞다퉈 3000만원대 중저가 전기차 출시를 선언한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전기차 수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년부터 내연기관 차량보다 전기차가 훨씬 합리적이고 저렴한 가격에 보급될 것이기 때문에 비용을 고려하는 분들은 전기차 구매를 미루는 게 좋을 것”이라며 “전기차 확산을 위해 충전소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회사뿐만 아니라 주거지역 충전소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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