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선더베이(캐나다)=황혜정기자] “하하. 너클볼은 그립 잡기 어려운 구종이다. 아직 가르치지 않았다.”
‘호주 여자야구 선수들에게도 당신의 주무기 ‘너클볼’을 가르키는가?‘에 돌아온 그의 답변이다.
지난 2007년부터 6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뛰었던 크리스 옥스프링(46)은 호주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투수코치로 ‘2024 여자야구 월드컵(WBSC)’ 예선을 치르기 위해 캐나다 선더베이에 왔다.
스포츠서울과 만난 그는 “너클볼은 강한 손가락 힘이 필요하고 컨트롤 하기 힘들다. 그래서 아직 호주 여자 선수들에 이 구종을 가르치지 않았다”며 미소 지었다.
옥스프링은 2007년 LG트윈스를 시작으로 롯데 자이언츠, KT위즈까지 3개 구단에서 뛰며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투수다. ‘너클볼’을 잘 던지기로 유명한 그는 뛰어난 리더십으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롯데에서 투수 코치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 후 고국 호주로 돌아가 호주 프로야구리그(ABL)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지금껏 플레잉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그가 호주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코치가 된 것은 올해 4월부터다. 옥스프링은 “호주 여자야구 대표팀 제이슨 포실 감독이 지난 1월부터 내게 투수코치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 마침 호주 프로야구리그(ABL) 시즌도 종료됐기에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다.
여자 선수들을 처음 지도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옥스프링은 “여자 선수들을 대상으로 개인 교습을 몇 차례 한 적이 있고, 호주 U-18 코치를 할 때 (여성 최초 ABL선수)제네비브 비컴을 비롯해 몇몇 여자 선수를 지도했다”라고 밝혔다.
옥스프링은 투수코치로서 선수들에 다양한 부분을 조언하고 있다. 그는 “변화구 그립부터 시작해 정신적인 조언은 물론 세계적인 수준에서 뛰기 위해 야구선수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을 알려주고 있다”고 했다.
호주는 대한민국과 홍콩을 이겼지만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 일격을 당하며 2승 3패로 ‘여자야구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호주는 멕시코와 승부치기까지 가는 승부 끝에 8회 만루홈런을 포함해 8실점하며 8-16으로 패했다. 사실상 꼭 잡았어야 할 경기에서 진 것이다.
옥스프링은 “국제대회에서도 야구는 야구일 뿐이다. 즉,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기량이 좋은 선수라도 우리는 다같은 야구 선수다. 야구는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원팀(One-team)’으로 힘을 합쳐 나아갈 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 남자야구 대표팀이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한민국을 꺾고 사상 첫 2라운드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옥스프링은 “모든 호주 국민들이 정말 기뻐했다.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러워했고, 경기를 모두 지켜봤다. 호주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이 정말 잘 해줬다. 그런 수준 높은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 호주 언론에서도 그 후 야구 경기에 대해 자주 보도하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선더베이에서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온 양상문 감독과 반갑게 조우했다. 양 감독과 옥스프링의 인연이 깊다. 옥스프링이 LG 소속으로 2007년 7월 21일 잠실 두산전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에 데뷔했을 당시 LG 투수코치가 바로 양 감독이었다.
옥스프링은 “내가 KBO리그에 처음 왔을 때 만난 투수 코치가 바로 양 감독님이시다. 양 감독님을 언제나 존경해왔다. 다른 나라 코칭스태프들에 대해 알아볼 생각을 하진 못했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이 선더베이에 온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내심 아는 사람이 오지는 않을까 기대는 했다. 그런데 양 감독님이 오셔서 정말 깜짝 놀랐고, 기뻤다”며 밝게 웃었다.
옥스프링은 한국말로 “‘감독님’은 정말 멋진 분이다. LG 시절 그는 항상 내가 마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마음을 편하게 해주셨다. 나를 가족같이 대해주셨다. 우리의 우정은 계속될 것”이라며 양상문 감독을 향해 고마움을 전했다.
옥스프링은 46세인 현재까지도 현역 야구 선수로 뛰고 있다. 그는 “내게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 몸이 허락할 때까지 야구 선수로 뛸 것”이라며 은퇴할 의사가 없음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옥스프링은 “아이들이 내게 항상 ‘우리 언제 한국 돌아가요?’라고 묻곤 한다. 그만큼 우리 가족 모두 한국을 사랑했다. 한국 사람들과, 열정적인 한국 야구팬들에 대한 좋은 기억만 있기 때문이다. 나와 우리 가족에게 잘해주셔서 지금까지도 감사하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