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피는 못 속인다. 아빠를 꼭 빼닮은 금수저 K팝 2세들이 가요계를 속속 점령하고 있다.

1980~19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박남정, 심신, 윤상의 2세들이 아빠 못지않은 출중한 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거나 데뷔를 준비 중이다. 과거엔 ‘누구의 딸’, ‘누구의 아들’로 대중의 이목을 모았던 이들이 K팝 아이돌로 성장하며 ‘누구의 아버지’로 뒤바뀐 수식어를 얻는 진풍경도 펼쳐지고 있다.

가수 윤상과 배우 심혜진의 아들 이찬영이 데뷔를 앞뒀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신인 보이그룹 라이즈(RIIZE)의 7인 멤버 중 한 명으로, 예명 앤톤으로 활동을 예고했다. 라이즈는 SM에서 NCT 이후 약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예 보이그룹으로 오는 9월 4일 첫 싱글 앨범 ‘겟 어 기타’를 발매하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2003년생인 앤톤은 올해 만 20세로, 2018년 SBS 예능 ‘싱글와이프 시즌2’에 출연해 훈훈한 외모로 주목받았다. 10년 가까이 수영선수 생활을 이어온 그는 가수로 진로를 전향한 뒤 SM 연습생으로 지내왔다.

‘윤상의 아들’이라는 수식어 만큼 부담감도 클 법 하지만 이미 공개된 티저 사진과 영상만으로도 ‘확신의 아이돌상’이란 호응을 얻고 있어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가 높다.

누군가의 자녀라는 점이 ‘꼬리표’가 될지 ‘추진력’이 될지는 결국 각자의 역량에 달렸다. 한 번 시선을 끌기도 어려운 치열한 K팝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유리한 출발선에 선 이들이기에, 연예인 자녀에 대한 대중의 잣대는 더욱 엄격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이른바 ‘이름빨’, ‘회사빨’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는 케이스도 많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남자 댄스 가수로 활약한 박남정의 딸 박시은은 2020년 그룹 스테이씨의 메인보컬로 데뷔했다.

그는 아빠를 똑 닮은 춤 실력은 물론 탁월한 라이브 실력까지 화제를 모으며 인기의 중심에 섰다. 과거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서 박남정의 딸로 출연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시은은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월계수양복점 신사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쌍갑포차’ 등 가수 데뷔 직전까지도 아역배우로서 활약하기도 했다.

박남정을 잘 모르는 MZ세대에게는 박남정이 오히려 ‘박시은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지난 16일 스테이씨 세 번째 미니앨범 ‘틴프레시’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시은은 “저도 아빠도 서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아빠가 라디오, 방송에서 ‘이제는 시은이 아빠라고 불린다’고 이야기하시며 저를 자랑스러워하시더라. 서로 기분 좋은 영향을 받는 거 같다”며 기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1990년대 히트곡 ‘오직 하나뿐인 그대’, ‘욕심쟁이’ 등으로 인기를 끈 가수 심신의 딸도 최근 걸그룹으로 데뷔했다.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에서 활동명 벨로 데뷔한 심신의 딸 심혜원은 데뷔 전부터 르세라핌의 정규 1집 ‘언포기븐’의 작사·작곡에 참여하는 등 음악적 재능을 보이며 ‘실력파 아이돌’로 주목받고 있다.

벨은 지난 5일 열린 데뷔 기념 쇼케이스에서 “아버지가 평소에 음악적 고민을 함께 해주시고, 제가 데모를 만들어 보내면 피드백도 해주신다”며 “제가 가수로 데뷔해 무척 기뻐하셨다. 앞으로 가수 대 가수로 아버지와 새롭고 재밌는 작업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최근 데뷔하는 가수 2세 아이돌 멤버는 누군가의 자녀라는걸 홍보 수단으로 드러내기를 꺼리고 예명을 사용하는 등의 특징이 있다”며 “과거엔 꼭 닮은 비주얼을 앞세우는 경향이 많았다면, 4세대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2세들은 메인 보컬 포지션이거나 데뷔부터 작사, 작곡 실력을 뽐내는 등 실력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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