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평범한 직장인 수현(신혜선 분)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세탁기를 산다. 하지만 판매자가 보낸 세탁기는 고장난 매물이었다.
화가 난 수현은 판매자의 게시 글마다 ‘사기꾼이니 돈을 보내지 말라’는 댓글을 단다. 판매자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와 집 주소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도발을 멈추지 않던 그는 끔찍한 새로운 표적이 되고 만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타겟’은 현대인의 일상에 깊이 스며든 ‘중고 거래’를 소재로 사기가 연쇄살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렸다.
세탁기 중고거래 사기 뒤에 숨은 어둠은 수현의 일상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집으로 시키지도 않은 배달 음식이 도착하고 무료 나눔을 하겠냐는 전화가 쏟아진다.
급기야 일명 ‘초대남’(잠자리에 초대받은 남자)까지 집으로 보내 한밤중에 모르는 남성이 문을 두드리고 집에 누군가 들어온 흔적도 발견된다.
실제로 매일 수많은 사람이 중고 거래를 통해 물품을 교환하는 현실에서, 생활공간과 직장이 위협받고 일상은 지속적인 감시와 위험에 둘러싸이게 되는 과정이 차곡차곡 빌드업돼 섬뜩하게 다가온다.
이 사건을 단순한 중고거래 사기로만 보던 주형사(김성균 분)는 판매자의 집에서 시신을 발견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본다. 수현과 주형사의 케미스트리, 두 인물의 감정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것이 본 영화의 큰 장점 중 하나이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건 신혜선의 연기다. 사기를 당했다는 분노, 자신의 범죄의 표적이 됐다는 걸 알게 된 뒤 느끼는 두려움과 절망, 다시금 범인을 잡기 위해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통해 복잡한 감정선을 다채롭게 표현한다. 특히 ‘초대남’사건에서의 절망적인 연기는 관객을 압도하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는 일상화된 중고 거래의 뒷면, 그리고 디지털 환경 속에서의 불안과 위험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하지만 몇몇 작위적인 요소와, 마무리 부분의 미흡함은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주인공의 마지막 저항과 결과는 관객에게 큰 카타르시스를 안기지 못한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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