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양구=배우근 기자] 대한민국 족구가 ‘종주국’의 위상을 뽐냈다. 제1회 세계족구대회에서 단 1세트도 내주지 않고 전승으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한 수 위 기량을 선보이며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것.
제1회 세계족구대회는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양구 문화실내체육관 등에서 열렸다. 족구 세계화에 걸맞게 11개국(대한민국,체코,아일랜드,이라크,불가리아,파키스탄,헝가리,라오스,태국,슬로바키아,루마니아)에서 약 110여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대망의 결승은 27일 오후에 열렸다. 예상대로 한국과 체코가 격돌했다. 체코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경기 무패로 결승까지 올라왔다. 경기전 김종일 대표팀 감독은 “체코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 경기내용에서 박빙을 예상한다”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2-0 완승을 전망했다. 그 예상은 오차없이 맞았다.
그러나 코트는 결승전답게 긴장감이 넘쳤다. 우리 대표팀은 줄곧 리드를 잡았지만, 기량이 급상승한 체코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경험이 풍부한 한국은 파워를 앞세운 체코를 강약조절로 대응했다. 주공격수 서영빈과 전유현 등은 네트 앞에서 골반전체를 돌리는 강력한 찍어차기로 높은 비거리를 만들어 득점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섬세한 터치와 페인트 모션의 B코스 공략으로 상대 수비를 묶었다.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자로 잰 듯한 날카로운 공격으로 한국은 10-5로 먼저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기세를 몰아 한국은 15-8로 1세트를 마친 뒤 2세트도 15-11로 승리 마침표를 찍었다.
우승 소감으로 김종일 감독은 “우리민족의 구기종목인 족구를 전세계에 알린거 같아 영광이다. 우승까지 선수들이 너무 잘 해줬다”라고 했다.
주장 이준석은 “우승이 확정된 순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우리가 우승한다고 기대하셔서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많은 분이 응원해주셔서 의미있는 1회 세계대회에서 정상에 설 수 있었다”라고 기뻐했다.
결승이 열린 문화실내체육관엔 많은 족구 팬이 찾아와,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탄성을 보냈다. 그만큼 결승전답게 허슬플레이가 넘쳤다.
주관방송사 KBS N도 족구 열기에 반색하는 모양새다. 현장의 KBS N 김관호 책임PD는 “많이 놀랐다. 족구 시청률이 프로축구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그만큼 족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걸 실감한다. 토종 브랜드 족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족구 저변은 제1회 세계족구대회를 대회를 기점으로 더욱 가속화될 예정이다. 정부와 대한체육회도 관심이 높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25일 양구 문화실내체육관에서 시축하며 관심을 표현했다. 이 회장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족구를 ‘IOC인정종목’으로 요청할 예정이기도 하다.
유럽권 국가도 포함한 국제족구연맹(IJF)도 지난 24일 발족했다. IJF는 향후 세계적 인프라를 키워 올림픽 종목으로 진입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홍기용 대한족구협회장의 큰 꿈이다.
국내에서의 저변 다지기도 계속된다. 족구는 2년간의 전국체전 시범종목을 거쳐 올해말 정식종목 채택을 기대하고 있다. ‘토종’ 브랜드 족구는 삼국시대 화랑으로부터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다. 현재 국내 족구동호인은 40여만 명에 달한다.
홍기용 협회장의 희망처럼 족구가 국내에 이어 국제무대에도 자리 잡으면, 우리는 종주국 위치를 태권도에 이어 하나 더 가지게 된다. 족구 세계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