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기자] 8월 26일 창원 NC전 끝내기 홈런 패배의 악몽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100% 컨디션을 찾고 승승장구했던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무너진 이날부터 지난 6일 수원 KT전까지 최근 8경기 3승 5패. 5패 중 3패가 마지막 9회 실점으로 나왔다. 흐름으로는 충분히 잡아야 하는 경기를 놓치며 확실히 치고 나가지 못하는 LG다.
야구는 일일 연속극이다. 전날 경기 과정과 결과가 큰 영향을 끼친다. 눈앞으로 다가온 승리를 놓친 여파가 다음날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선발 투수가 중요하다. 역전패 다음날 선발 투수가 든든히 마운드를 지키면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난다. LG도 그렇다. 고우석 붕괴에 따른 충격패로 인한 상처가 크지만 ‘잠실 예수’ 케이시 켈리(34)의 부활은 위안이 된다.
켈리가 모두가 아는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 유독 실투가 많았던 전반기의 투구에서 벗어나 스트라이크 콜을 받는 보더라인 피칭이 부쩍 늘었다. 지난 6일 수원 KT전에서 91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 2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로써 켈리는 지난달 17일 대구 삼성전부터 4연속경기 2자책점 이하에 성공했다. 지난달 24일 잠실 롯데전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무실점 경기를 펼쳤고 이날 두 번째 무실점 경기로 난적 웨스 벤자민과 선발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4.44였으나 후반기 평균자책점 3.26. 최근 4경기 평균자책점은 1.08이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구로 돌파구를 찾았다.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 그리고 슬라이더까지 빠른 구종의 비중이 높다. 포심 패스트볼을 상대 타자 몸쪽에 찔러 넣어 볼카운트를 선점한 다음 다채롭게 볼배합을 펼친다. 전반기에는 2스트라이크 이후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는 모습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커브를 목적구,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구사한다.
첫 시도는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준비에 애를 먹었던 2020시즌에도 그랬다. 당시 켈리는 전반기 평균자책점 4.38로 고전했다가 후반기 평균자책점 2.22로 부활했다. 포심과 투심, 슬라이더 비율의 총합이 70%에 달하는 파워 피처의 모습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관중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흡수하듯 정규시즌보다 강한 공을 던졌다.
LG가 켈리에게 바라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전반기 부진으로 교체설이 나올 때마다 LG는 지금까지 켈리가 보여준 후반기 활약에 무게를 뒀다. 오히려 섣부른 교체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올시즌 교체 외국인 투수들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KT 윌리엄 쿠에바스, 롯데 애런 윌커슨,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두산 브랜든 와델처럼 성공작도 있으나 KIA 마리오 산체스, 키움 이안 맥키니처럼 부상으로 이탈하는 경우도 있다. 쿠에바스와 브랜든이 KBO리그 경험자임을 고려했을 때 기량만 유지한다면 KBO리그에서 뛰어본 투수의 성공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전반기 켈리의 문제는 구위가 아닌 제구였다. 여전히 최고 구속은 150㎞ 내외에서 형성됐고 슬라이더와 커브의 움직임도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던 작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구위가 떨어졌다면 교체에 무게를 뒀지만 커맨드가 안정되고 볼배합과 체인지업에 변화를 준다면 반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페넌트레이스 종료까지 한 달이 남은 가운데 켈리의 정규 시즌 등판도 6경기 내외가 남았다. 외인 원투 펀치 한축인 플럿코가 이탈한 상황. 잠실 예수 부활절이 꾸준히 열려야 LG 또한 1위 사수 청신호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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