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인턴기자] “저도 제 모습이 낯설었습니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의 유니콘 상사 정명석으로 분했던 배우 강기영이 180도 연기변신을 꾀했다.

그는 지난 3일 종영한 tv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에서 중국 악귀의 우두머리인 ‘필광’으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낯선 얼굴을 선보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전에도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2015),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 영화 ‘너의 결혼식’(2018), ‘엑시트’(2019), ‘가장 보통의 연애’(2019) 등에서 주로 유쾌하고 코믹한 역할을 연기한 걸 감안하면 필광은 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캐릭터다.

“제가 (정명석 변호사처럼)착한 사람은 아닌데 그렇게 표현해주셔서 그런지 제 인생에서 그렇게 많은 지지를 받아볼 수 있었어요. 연기생활을 하며 계단을 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분에 엘리베이터를 탄 듯 올라갈 수 있었죠. 관심을 얻은 김에 다양한 역을 소화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강기영이 연기한 필광은 뱀처럼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어 악성을 일깨우는 교활한 악귀다. 악귀 중에서도 서열1위에 오를 만큼 잔혹하다. 그는 “필광은 자기가 악행을 하는지 모르고 즐기는 캐릭터다. 동료도, 연인도 버리고 오직 자신의 즐거움을 쫓는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다”고 소개했다.

첫 ‘절대 악’ 캐릭터를 맡은 강기영이 가장 신경 쓴 것은 눈빛과 몸이다. 그는 필광의 외형을 묘사하기 위해 한껏 부풀린 머리를 뒤로 넘겼다. 입가에는 비열한 미소를 띄었고 눈빛에도 냉기가 가득했다. 무엇보다 4개월동안 닭가슴살만 먹으며 몸무게를 10Kg 감량했다.

강기영은 “교활하고 비열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마른 게 어울릴 것 같았다. 작정하고 상의 탈의하는 장면도 많아 체지방 5%내외가 되도록 지방을 걷어냈다. 식단을 병행하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인 게 악에 받친 연기를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이어트 뿐 아니라 그는 매회 고난이도 액션 연기를 펼쳤다. 필광의 주무기가 ‘염력’인 만큼 보이지 않는 부분들까지 계산했다. 강기영은 “직접 육탄전을 벌여야 했는데 쉽지 않았다”며 “무술 팀과 대역분들이 고생해주신 분들 덕분에 만족할 수 있는 장면들이 나온 거 같다”고 공을 돌렸다.

고생이 큰 만큼 강기영은 필광 역에 만족감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내 연기에 50~60점을 매기곤 하는데 이번에는 65점”이라며 “고생을 많이 한 배역이라 마지막 촬영 때 감독님께 ‘빨리 죽여주세요’라고 애원했다. 원래 빌런은 막바지에 나와 장렬히 전사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작품마다 맛깔나게 역할을 소화해내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고 있지만 강기영은 “연기에 대해 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낀다”며 “대중이 나의 연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눈을 반짝였다. 연기롤모델로 최민식을 꼽은 그는 최근 디즈니+ ‘카지노’를 정주행하고 있다며 “만약 ‘카지노’의 다음시즌이 제작된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드라마 외적으로는 ‘전원 주택’ 생활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집은 강기영의 장모가 관장으로 몸담고 있는 갤러리기도 하다. 지난 2019년 결혼한 그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결혼 잘한 연예인으로 꼽히곤 한다.

“늘 가족이 우선입니다. 가족의 행복이 제 연기의 원동력이죠. 배우 강기영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키워드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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