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준비를 안 할 수가 없다. 머지않아 다리 빠른 선수의 경우 단타가 2루타가 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메이저리그가 지금 그런 것처럼 빠른 선수가 매우 유리해진다고 본다.”

늘 그랬기 때문에 변화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MLB)에서 야구 혁명이 연착륙하는 만큼 KBO리그 또한 MLB의 흐름을 고스란히 따라갈 계획이다. 이미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24시즌부터 MLB가 도입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할 것을 발표한 가운데 LG가 이를 준비하고 있다.

2023시즌부터 도입된 MLB 야구 혁명의 핵심은 ‘스피드 업’이다. 경기 시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인플레이 상황을 꾸준히 만들고 스피드를 극대화 한다. 투수는 무주자시 15초, 유주자시 20초 내로 투구 혹은 견제 동작에 들어가야 하며 견제구는 2회로 제한된다. 더불어 베이스의 크기가 커지면서 부상 방지와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유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경기 시간이 평균 20분 이상 단축됐는데 단축된 경기 속에서 다이내믹한 장면이 꾸준히 연출된다.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했던 도루 비중이 대폭 향상됐다. 지난 10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와 마이애미의 경기에서 필라델피아 브라이슨 스톳은 리그 3000번째 도루를 성공했다. 2012년 이후 10년 동안 없었던 3000도루 시대가 다시 도래한 장면이었다.

MLB 역사상 도루가 가장 많이 나온 시즌은 1987년 3585도루다. 올해는 역대 2위에 해당되는 3460개의 페이스로 가고 있다. 규정부터 도루에 유리하도록 설계했고 그 결과 도루 성공률도 5%가량 증가한 80%에 도달했다. 체력 저하가 크고 부상 위험이 높은 도루를 지양하는 분위기였는데 성공률이 올라간 만큼 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내셔널리그 MVP가 유력한 애틀랜타 외야수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는 60도루를 넘어 70도루를 넘보고 있다. 초유의 40홈런·70도루를 바라본다. 아쿠나 주니어 외에 이미 6명의 선수가 40도루 이상을 기록했고 팀 도루 또한 30개 구단 중 24개 구단이 이미 작년보다 높은 숫자를 올렸다. 김하성도 KBO리그 커리어 하이인 2019년 33개를 넘어 올시즌 36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MLB 리그 도루 숫자는 2486개. 올해는 지난 16일(한국시간) 기준 3167개다. 단순히 대도 전성 시대를 넘어 도루가 야구의 필수 요소 중 하나가 됐다.

LG는 일찍이 변화에 발 맞춰 움직인다. 올시즌 독보적으로 많은 도루를 시도했는데 이번 경험이 앞으로 큰 자산이 될 전망이다. LG 염경엽 감독은 지난 16일 잠실 SSG전을 앞두고 “올해 많이 해봤으니까 내년부터는 성공률도 올라갈 것으로 본다. 디테일한 면도 좋아질 것이다. 앞으로 뛰는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규정도 바뀐다. 우리한테 더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이천 2군 시설에 피치클락을 설치한 차명석 단장 또한 “준비를 안 할 수가 없다. 머지않아 다리 빠른 선수의 경우 단타가 2루타가 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MLB가 지금 그런 것처럼 빠른 선수가 매우 유리해진다고 본다”며 “이 부분을 고려해 이번 드래프트에서 다리 빠른 선수, 툴이 좋은 선수에 집중했다. 결국에는 미국 야구 변화대로 따라가지 않았나. 그러면 미리 준비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변화를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는 선수도 있다. 16일 KBO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10년 연속 20도루 이상을 달성한 박해민이다.

박해민은 “MLB 변화가 우리 야구에도 도입되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예전에 한국 야구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을 때도 뛰는 야구가 장점이었다”며 “최근 타격을 두고 정말 많은 수치와 이론이 나왔는데 상대적으로 뛰는 것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것 같다. 다시 뛰는 야구가 강조되면 가치가 높아지는 선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나는 이런 변화를 환영한다”고 했다.

덧붙여 “올해 우리 팀 야구를 보면 계속 집중하게 되고 뛰는 데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는 팬분들이 계신다. 규정이 MLB처럼 바뀌면 우리가 해왔던 것을 더 잘 할 수 있으니까 좋을 것 같다. 팬분들에게도 더 박진감 넘치는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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