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 국민 이목 집중 위한 ‘이색 증인’ 소환 논란까지

[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올 하반기 어김없이 국정감사의 계절이 왔다. 특히 올해는 내년 총선을 앞둔 터라 국민 시선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압박 수위가 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보통 국감 단골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의 사건·사고가 많았던 만큼, 업계 대표 인사들도 국감에 줄소환 되고 있다. 국감시즌 찬 바람에 업계가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 ‘중대재해’ 위반 논란…코스트코, SPC계열 샤니 대표 출석

지난해 10월 SPC 계열사인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자는 소스 교반기를 가동하던 중 끼임 사고로 사망했으며, 경찰 조사 결과 사고는 ‘2인1조 미준수’ 등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하게 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SPC 허영인 회장은 사고 발생 6일 뒤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노동자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절단되는 등 SPC 계열사 안전사고는 계속됐다.

아울러 근무 중 사망 사고가 발생한지 1년도 안 된 시점인 지난 8월에는 성남 소재 SPC계열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근무 주 끼임 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50대 여성 노동자는 이동식 리프트와 설비 사이에 끼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며, 사고 뒤 병원에 옮겨져 수술받았지만 이틀 뒤인 10일 숨졌다.

코스트코코리아 또한 이번 국정감사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지난 6월 카트를 정리하던 30대 근로자가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고인은 냉방시설이 없는 불볕더위에 열기로 뜨거워진 주차장에서 근무해왔다. 고인은 휴식시간도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감에서는 오는 12일 이강섭 샤니 대표,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를 출석시켜 중대재해 발생의 책임 소재를 물을 예정이다.

특히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 소환은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 발생 직후 허영인 SPC 회장은 대국민 사과, 입장문을 내며 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코스트코코리아는 SPC와 달리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은 물론, 언론 취재도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또한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는 고인이 된 30대 노동자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에게 지병을 숨기고 입사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해 공분을 키웠다.

◇ 바가지 가격·곰팡이 달걀까지 국제적 망신 잼버리 사태…GS리테일, 아워홈 소환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WOSM)에서 주최하며 4년마다 열리는 세계 보이스카우트 회원들의 합동 야영 대회이자 각국 문화 교류를 위한 청소년 축제다. 올해로 25회였던 세계 잼버리는 국내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에서 진행됐다. 잼버리 개최 당시 공식 후원 입찰을 통해 아워홈이 선정됐고, GS리테일은 정부와 지자체 경쟁 입찰 없이 아워홈을 통해 매점 운영권을 얻었다.

국내 개최라는 기대에도 불구 25회 세계 잼버리는 K바가지라는 오명을 남겨야 했다. 잼버리 야영장에 독점으로 들어갔던 GS25 편의점이 시중 물가 보다 더 비싸게 판매해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GS25 편의점은 얼음 잔 1500원, 아이스크림 2000원, 코카콜라 2500원 등 시중보다 약 1.5배 정도 인상해 판매했으며, 일반 편의점에서 4000원인 3kg 돌얼음 경우도 3000원이 인상된 7000원에 판매됐다. 그러나 GS25가 독점으로 행사장에 들어간 만큼, 구매 선택지가 제한적인 잼버리 대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GS리테일은 이에 입장문을 내고 “현장에 들어간 물류 인프라 비용이 커서 일부 상품을 약 10% 인상 판매했다”고 밝히고 전 상품 가격을 내렸다. 그러나 GS리테일이 청소년들을 상대로 바가지 가격을 책정한 것에 한국은 국제적 망신을 당해야 했다.

잼버리 야영장에 곰팡이 달걀을 납품한 ‘아워홈’도 소환됐다. 지난 8월 잼버리 참가자들이 받은 1만9000여 개 달걀 중 7개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당시 아워홈 측은 “달걀을 공급하는 기존 업체가 있었지만, 전북도와 조직위원회 등에서 지역 업체와 거래를 제안해 수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여성가족위원회는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와 구지은 아워홈 대표를 여성가족부 국감 증인 명단에 올렸다.

한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잼버리였던 만큼 여성가족부는 국민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잼버리 사태에 대해 꼼꼼히 들여다보며 유통업계를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 국감 첫 손님 ‘왕가탕후루’…청소년 당 과소비시키는 원인

이번 국감 유통업계 인사 중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김소향 왕가탕후루 대표다. 국감 첫 손님이기도 하고 올해 탕후루가 국내를 강타하면서 인기와 우려가 한꺼번에 뒤따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위원회는 탕후루와 관련해 탕후루 프랜차이즈 왕가탕후루의 김소향 달콤나라앨리스 대표를 소환했다. 왕가탕후루는 창업 수요 증가, 월급 375만원 고액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할 정도로 올해 가장 트렌디한 먹거리로 떠올랐다. 하지만 혈당이 높은 간식인 만큼 소아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유발 등의 우려와 함께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위원회는 당을 과소비하는 풍토라는 이유로 왕가탕후루 대표를 국정 감사 증인으로 소환했다.

이처럼 올해 사건·사고가 많이 따랐던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국감을 앞두고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민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이색 증인 소환이라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국정 전반을 살펴 감시, 비판하는 공개청문회가 국감의 본질임에도 불구 관심을 받기 위해 대표인사들은 소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분별로 소환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총선을 앞두고 각 의원이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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