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샤오싱=김동영기자] “벼랑 끝에 선 마음이었죠.”
꼭 승리가 필요한 순간 에이스가 등장했다. 그야말로 위력투를 뽐냈다. 애초에 단단한 각오를 안고 등판했다. 결과도 확실했다. 원태인(23)이 한국을 결승에 올렸다.
원태인은 6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의 샤오싱 야구·소프트볼 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두 번째 경기 중국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의 환상투를 선보였다.
원태인을 앞세운 한국은 타선까지 터지면서 8-1의 승리를 거뒀다. 고교생 국가대표 장현석이 8회 1점을 주기는 했지만, 정우영과 고우석 등 다른 투수들이 잘 막았다. 타선도 16안타를 치며 터졌다. 질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원태인의 호투가 컸다. 전광판 기준 최고 시속 152㎞의 강속구를 뿌리며 중국 타선을 압도했다. 힘으로 밀어붙였고, 중국 타자들이 감당하지 못했다.
부담스러운 경기에서 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패하면 결승이 안 되는 상황. 반드시 이겨야만 했다. 원태인이 이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에이스의 위용을 뽐냈다.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벼랑 끝에 섰다는 마음으로, 책임감을 안고 나섰다. 덕분에 오늘 경기 좋은 결과가 있었다. 사실 내가 WBC 때도 중국전에서 썩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복수하고 싶었다. 부담감보다 책임감을 안고 던졌다”고 설명했다.
원태인은 지난 3월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중국전에 나서 1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확실히 갚았다.
원태인은 “중국전에 나갈 것 같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다. 어제 던질 줄 알았는데, 중국전이 오늘이 되면서 하루 더 쉬었다. 체력 보충하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원태인은 “일본을 이겼다는 건 쉽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 생각을 하고 올라왔다. 그래도 이길 수 있는 팀이라 생각했다. 방심만 하지 않으면 우리가 팀으로 이길 수 있다고 봤다. 그런 생각으로 임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속구 승부를 과감하게 들어갔다. 그야말로 힘으로 윽박질렀다. “컨디션은 첫 경기부터 계속 좋다. 전력 분석을 했는데, 초반은 힘으로 가도 될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패스트볼 위주로 갔다”고 짚었다.
이어 “오늘 몇 이닝을 던진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국제대회는 완급 조절보다 강하게, 강하게 가야 한다. 힘이 좀 떨어졌던 것 같다. 그래서 7회 코치님께서 잘 교체해주신 것 같다. 잘 끊어주셨다”고 덧붙였다.
최고 시속 152㎞까지 나왔다고 하자 “아드레날린이 나왔다. 솔직히 ‘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그러면서 스피드가 잘 나온 것 같다. 그러나 구속보다는 쓸데없는 볼넷을 주지 말자는 생각이 첫 번째였다. 볼넷이 없어 만족스럽다”며 미소를 보였다.
결승을 앞두고 각오도 다졌다. 사실상 등판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힘을 실어주고자 한다. “오늘 경기에 들어가면서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불펜 어린 친구들을 쉬게 해주고 싶었다. 된 것 같아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내일 바로 던지라고 해도 던질 수 있다. 투수들 모두 혼을 쏟아붓고 있다. 벤치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것이지만, 꼭 금메달 딸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원태인은 “유종의 미는 없다. 무조건 금메달이다. 그 생각만 하고 왔다. 조별 라운드에서 대만에 졌다. 꼭 설욕하자는 마음이 크다. 선수들도 대만전 패배 후 ‘꼭 결승전 가서 복수하자’고 다짐했다. 기회가 다시 왔다. 감사하다. 꼭 금메달 따겠다”며 각오를 불태웠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