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주축 선수의 부상이 불러온 파장은 상상 이상이다.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주축 선수의 커다란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바로 연패에 빠지고 만다. 시즌 내내 대체자를 찾아나서다 결국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다. 마치 나비효과와 같다.

KIA 타이거즈와 키움히어로즈는 올 시즌 주축 선수의 부상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결국 팀 성적도 각각 6위와 최하위인 10위를 기록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먼저, KIA는 개막도 하기 전에 중심타자 나성범을 잃었고, 개막과 동시에 테이블세터 김도영마저 잃었다. 리드오프 박찬호도 손목 통증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때 9위까지 쳐졌다.

그러나 급반등을 이뤄낸 건 나성범과 김도영이 동시에 복귀한 지난 6월23일 KT전. 두 선수가 돌아오자 KIA의 타선 짜임새가 살아나며 9월엔 10년 만의 9연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KIA는 이 기세로 가을야구 안정권에 들어설 것이라는 바람과 달리, 가장 중요한 순간에 또다시 부상 악령을 마주했다. 나성범과 최형우가 9월 중순 이후 연달아 경기 도중 부상을 입고 시즌 아웃됐다. 박찬호 마저 10월 초 시즌 아웃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돌아오면 팀에 보탬이 될 줄 알았던 최원준도 대표팀 차출 기간에 입은 부상이 악화돼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동력을 잃은 KIA는 결국 빈타에 시달리다 리그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가을야구 진출 실패에는 여러 요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한 시즌이다.

키움은 주축 선수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스타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자 팀 기조까지 바꾼 팀이다. 키움은 지난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으로 올 시즌 우승을 노리고 외부 프리에이전트(FA) 영입까지 알차게 하며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FA로 영입한 투수 원종현이 잦은 부상으로 신음하다 지난 7월초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여기까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최악은 지난 7월22일 롯데전에 나섰다가 수비 도중 발목 신전지대 부상을 입은 KBO리그 대표 특급 스타 이정후의 시즌 아웃 판정이었다. 키움은 그 순간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사실상 포기하고 ‘리빌딩’을 준비했다.

그로부터 일주일도 안 된 지난 7월29일, 키움은 팀 프랜차이즈이자 선발투수로 올 시즌 최상의 모습을 보인 투수 최원태를 LG트윈스에 내주며 유망주 2명을 받아오는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뒤늦게 계약을 마치고 팀에 합류해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던 정찬헌이 8월 중순 이후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지난해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수상자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안우진은 8월31일 SSG전 등판 이후로 인대 손상 판정을 받고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다. 내년 시즌까지 복귀가 불가능하다.

결과는 끝없는 추락이었다. 키움은 승률 0.411로 창단 첫 10위,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준우승 팀의 예상치 못한 결과다.

KIA와 키움은 한 시즌 내내 부상 악령을 피하지 못했다. 야심찬 비상을 꿈꿨으나, 부상에 발목 잡혀 날개가 꺾였다. 주축 선수 부상에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