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이미 대중에게도 유명한 삼례나라 슈퍼 사건이 영화화 됐다. 늘 냉철한 시선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짚은 정지영 감독의 신작 ‘소년들’이다.
삼례나라슈퍼 사건은 1999년 2월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할머니를 살해한 후 현금 등을 털어 달아난 사건이다. 당시 잡힌 3명의 소년들은 징역형을 살았지만, 이후 진범이 잡혀 재심 후 무죄를 받았다. 이 사건은 경찰의 졸속 수사로 비난받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해당 사건을 다뤄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정지영 감독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소년들’ 언론시사회에서 “삼례나라 슈퍼 사건은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사건을 강 건너 불 보듯이 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 번 더 들여다 보자’고 생각했다”며 이 작품을 기획한 의도를 전했다.
이어 “삼례슈퍼 3인조 살인 사건에 대해서 재미로만, 보도를 통해서 보고 ‘불쌍하다’고만 생각한 건 아닌지, 우리도 그 소년들이 감옥을 가는데 묵시적으로 동의한 게 아닌가. 또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고 덧붙였다.
여러 작품에서 경찰과 인연이 깊은 설경구가 이번 작품에서도 경찰을 맡는다. 극 중 젊은 시절에는 강철중을 연상시키는 정의감에 타오른 경찰이지만, 권력으로 인해 인생이 흔들린 뒤에는 술에 의존해 정년퇴직만 바라보는 노인 경찰로 황철준으로 분한다.
이를 박박 갈면서 흉악범들과 대치했던 강철중은 온데간데없고 여유와 넓은 시야로 사안을 꿰뚫어 보는 ‘정직한 능구렁이’만 보인다. 전북완주경찰서 수사반장 황준철이 그가 맡은 인물이다. 정의를 쫓다 큰 벽에 가로막힌 뒤 섬으로 좌천됐다가 2016년 육지로 복귀한 경찰이다.
설경구는 “정지영 감독님께서 ‘강철중 같은 형사를 해야 하는데’라고 하셨다. 으레 하는 말인 줄 알고 ‘영광입니다’라고 했는데, 일주일 만에 책을 주셨다. 처음엔 ‘고발’이라는 제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 적’ 이후에 강철중 같은 역할이 많이 들어왔다.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책을 보니까 ‘정리할 줄 아는 강철중’인 것 같았다. 일도 정리도 할 줄 알고 체계도 있는 인물이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개인적으로 2016년 황준철의 모습이 더 중요했다. 과거와 현재가 크게 대비되는 모습에 더 피폐해져 보이는 게 필요했다. 젊은 시절 모습은 열정이 가득하지만 17년 후 모습이 몸과 마음이 지쳐있고, 술에 절어있는 모습이 대비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황준철의 안타고니스트는 유준상이 연기한 경찰 최우성이다. 졸속 수사를 감추기 위해 자기 잘못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인물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평범한 권력자다.
유준상은 “악의 화신인 건 아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이런 인물들이 어떤 명분을 가지고 이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연기하다가 나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소년들’은 강도 사건 초반부터 마무리되는 여정까지, 1999년과 2016년의 주요 사건을 교차하며 담아냈다. 끝내 강렬한 여운을 이끈다. 설경구와 유준상 외에도, 염혜란, 허성태, 진경, 김동영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감동을 선사한다.
황준철의 아내 김경미 역의 염혜란은 “내가 편하게 대학 생활을 하고 있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김경미라는 역할이 보시는 분들과 가장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연기했다”며 “요즘 ‘흥행요정’으로 불리는데 ‘소년들’도 흥행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허성태는 황준철의 영원한 단짝 박규성을 분한다. 작은 것에도 크게 웃음 지으며 늘 에너지와 활력을 주는 일반 경찰이다. 허성태는 “완성작을 보면서 너무 많이 울었다”며 “정지영 감독님과 설경구 선배님 등 모든 분이 마음을 열어 주셔서 노는 기분으로 촬영했다. 믿고 따르는 마음으로 편하게 연기를 했다”고 공을 돌렸다.
한편, ‘소년들’은 오는 11월 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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