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가 일단 벼랑에서 탈출했다. 그러나 4차전도 여전히 1승2패로 몰려 벼랑 승부다.

미국 스포츠에서는 ‘벼랑 승부를 elimination game’이라고 한다. 패하면 시즌 막을 내리고 보따리를 싼다는 의미다.

2일 텍사스 레인저스의 우승으로 끝난 2023년 월드시리즈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5차전 벼랑 승부에서 적시타 불발로 0-5로 패해 아쉬운 시즌을 마감했다. 토리 러벨로 감독은 벼랑 승부에서 1패다.

애리조나는 와일드카드 2승, 디비전시리즈 2승,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벼랑 승부를 벌였다. 원정에서 6,7차전을 이겼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일리미네이션 게임 2승이다. 7차전 최종 승부는 승자 독식의 winner takes all 게임이라고 한다. 그러나 WS에서 1승3패로 벼랑에 몰린 뒤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텍사스 브루스 보치 감독도 챔피언십 벼랑 승부를 이겨내 WS 우승에 성공했다. 벼랑에서 무척 강한 지도자다. 텍사스도 WC 2승, ALDS 3승으로 쉽게 시리즈를 승리했다. 그러나 지역 라이벌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승부는 7차전 최종 승부로 이어졌다. 애리조나처럼 5차전을 패해 2승3패로 몰린 뒤 적시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6,7차전을 이겨 WS에 진출했다.

애리조나 러벨로 감독은 올 포스트시즌 벼랑 승부에서 2승1패를 기록했고, 텍사스 보치 감독은 2승으로 끝냈다. WS는 텍사스에 벼랑 승부가 없었다. 시리즈 4승1패로 끝내기 때문이다. 미국 스포츠에서는 감독의 벼랑 승부 전적을 매우 중요하게 판단한다.

포스트시즌은 감독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무대다. 정규시즌과 다르다. KT 이강철 감독은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거친 NC에 2패로 벼랑에 몰렸다. 3차전 원정에서 3-0으로 이겨 시리즈 1승2패로 일단 벼랑 끝에서 한 발 뺐다. 과연 벼랑 끝에 선 4차전도 이길 수 있을지 흥미롭다.

KT 이 감독은 올해를 포함해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역대 KT 최고 감독이다. 현재까지 포스트시즌에서 벼랑 승부는 모두 6차례(3일 4차전 포함) 경험이다.

이 감독은 2020년 플레이오프에 처음 진출했다. 두산 베어스와 맞붙어 시리즈 1승2패로 졌다. 하지만 벼랑 승부는 1승1패다. 2패로 몰린 뒤 3차전을 5-2로 이겼고, 4차전은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02-로 패했다. 1승1패다. 2022시즌 때도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2패로 벼랑에 선 뒤 4차전을 이기고 5차전은 졌다.

이 감독의 벼랑 승부가 2020, 2022시즌의 재현이라면 3일 4차전은 패다. 그러나 4차전마저 승리하면 이번에는 NC의 강인권 감독을 벼랑에 몰고 5차전 승자 독식 게임을 벌이는 상황이 된다. 이 감독의 벼랑 승부 역대 전적은 3승2패다. 나쁜 편은 아니다.

강 감독은 올 포스트시즌 돌풍을 일으키면서 아직 벼랑 승부는 하지 않았다. 상대 두산 이승엽 감독, SSG 김원형 감독을 벼랑에 몰아 이겼다. 김원형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3패로 해고됐다고 봐야 한다. 김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4승2패를 거둬 벼랑 승부는 없었다.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 2패 뒤 3차전이 첫 일리미네이션 게임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 벼랑 승부에 몰리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KBO리그에서는 이를 극복해 뒤집기 쇼가 쉽지 않다. 이미 벼랑에 몰리게 되면 감독뿐 아니라 선수들이 위축된다. 선취점을 빼앗기면 조급해진다.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애리조나도 5차전에서 9회 0-1로 뒤지니까 적시타 때 중견수가 어이없는 실책을 범하는 게 조급함 때문이다.

벼랑 승부를 벗어나고 이를 극복하는 팀이 강팀이고 승부에 강한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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