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특정 팀을 만나 유독 강해지는 투수가 있다. 표본이 쌓일수록 호투를 이어갈 확률은 떨어지지만, 이를 무시하고 활약하면 ‘천적 관계’가 형성된다. LG와 KT의 한국시리즈(KS)도 그렇다. KT는 LG 킬러 웨스 벤자민, LG에는 KT 타자들을 저승사자처럼 잡아가는 김진성이 있다.

시작부터 강렬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처음 KBO리그를 경험한 벤자민은 2022년 6월 26일 수원 LG전에서 4이닝 3실점했다. 당시에는 안타(2개)보다 많은 볼넷(3개)을 범하며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그런데 올시즌부터 180도 다른 모습이다. 개막전 150㎞를 웃도는 속구를 구사하면서 6이닝 1실점했다. 팀의 개막전 승리를 이끌었고 개막전의 기운이 시즌 내내 LG와 상대할 때마다 이어졌다.

구속을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좌타자 바깥쪽을 활용하는 커맨드는 꾸준하다. 좌타자 입장에서는 구분할 수 없는 속구, 슬라이더, 컷패스트볼로 마운드를 굳건히 지킨다. KT가 LG를 상대로 거둔 6승 중 5승이 벤자민 선발 등판 경기에서 나왔다. LG전 평균자책점 0.68로 승리 보증 수표다. 벤자민이 플레이오프(PO) 5차전에 선발 등판하지 않았다면, KT의 KS 1차전 선발 투수는 벤자민이었을 것이다.

LG에도 KT 타선을 압도하는 필승조 김진성이 있다. 시즌 막바지 KT전에서 괴력을 발휘하며 LG의 빠른 정규시즌 우승 확정을 이끌었다. 정규시즌 KT와 맞붙은 11경기 중 10경기에서 실점하지 않았다. KT전 평균자책점은 2.45인데 5월 16일 수원 KT전 1.1이닝 3실점 경기를 제외하면 평균자책점 ‘제로’다.

압권은 9월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더블헤더 2경기 연속 무실점 홀드. 그리고 10월 2일 수원 KT전에서 만루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투수가 된 2이닝 무실점이었다. 하이 패스트볼과 포크볼의 조합으로 KT 타자들의 예측과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았다.

정규시즌 흐름은 KS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8일 KS 2차전에서도 김진성은 만루 위기에서 실점하지 않았다. 4회초 1사 1, 2루에서 등판. 첫 타자 조용호에게 볼넷을 허용해 1사 만루가 됐다. 그러나 김상수를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황재균은 속구로 스탠딩 삼진으로 잡았다. 만 38세에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KT에 ‘통곡의 벽’이 된 김진성이다.

KS 3차전에서는 두 투수 모두 마운드에 설 수 있다. 3차전 선발 투수 벤자민은 정규시즌의 좋은 기억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며 김진성은 KS 끝까지 KT전 강세를 이어가려 할 것이다. 벤자민은 KT 승리 공식인 긴 이닝 소화, 김진성은 늘 그랬듯 위기에서 실점을 막고 흐름을 가져오는 임무를 맡는다.

2차전까지 1승 1패 호각세, 진짜 시작은 3차전부터다. 1승 1패에서 3차전을 승리한 팀의 우승 확률은 85.0%(20번 중 17번). 불펜 뎁스에서는 LG가 KT보다 우위지만 선발은 KT가 LG보다 강하다. 벤자민이 선발진 우위를 살릴지, 김진성은 불펜진 맏형으로서 끝까지 철벽으로 자리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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