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쿄=김동영기자] 누가 국내용이라 했나. 사자군단 에이스는 국가대표팀에서도 에이스였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섰다. 지면 안 되는 경기. 원태인이 역투를 펼치며 한국에 승리를 안겼다.
원태인은 18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예선 3차전 대만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뽐냈다. 투구수는 84개였다.
팀이 6-1로 크게 앞서 있다. 승리투수가 보인다. 타선이 2회에만 4점을 내는 등 원태인을 넉넉히 도왔고, 여유 있게 던질 수 있었다.
2023년은 원태인에게 오래 기억에 남을 해다. ‘1시즌 3국대’라는 놀라운 1년을 보내고 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섰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APBC까지 왔다.
그 사이 정규시즌도 오롯이 치렀다. 26경기 150이닝, 7승 7패 102탈삼진, 평균자책점 3.24를 찍었다. 데뷔 후 5년 연속 풀타임에, 3년 연속 규정이닝 돌파다. 바쁘고 또 바빴다. 이날이 최후의 등판이었다.
중요할 때 마운드에 올랐다. 팀이 1승 1패를 기록중인 상황. 대만도 1승 1패였다. 일본이 3승으로 먼저 결승에 올라가 있었다. 이날 무조건 이겨야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선발이 중요했다. 최소 실점으로 길게 던져줘야 했다. 류중일 감독도 “원태인이 중요하다. 4~5이닝은 먹어줬으면 한다. 길게 잘 던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태인이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렸다. 주특기 체인지업의 제구도 됐다. 실투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4회 실점도 했다. 그러나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대만전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호투였다.
2021년부터 국제대회에 나서고 있다. ‘에이스’ 소리를 듣지는 못했다. 지난 WBC에서는 불펜으로 더 많이 나섰다. 아시안게임에서 선발로 2경기에 나서 4이닝 무실점-6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래도 ‘약팀용 선발’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젊은 선수들일 겨루는 이번 대회에서 원태인은 당당히 선발 한 자리를 꿰찼다. 최근 만나면 한국을 괴롭혔던 대만전에 나섰다. 그것도 지면 안 되는 상황에서 등판했다. 팀의 기대에 오롯이 부응하는 피칭을 뽐냈다.
1회초 궈티엔신을 1루 땅볼로, 치우즈청을 우익수 뜬공으로, 천지에시엔을 2루 땅볼로 막았다. 삼자범퇴로 출발했다.
2회초에는 선두 류지홍에게 좌측 펜스를 때리는 2루타를 맞았다. 무사 2루. 위에 정화를 좌익수 파울플라이로, 허헝요우를 루킹 삼진으로, 린징카이를 헛스윙 삼진으로 막고 위기를 넘겼다.
3회초 장정위에게 1루 땅볼을 유도했다. 노시환이 잡았고, 원태인이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다. 이때 노시환의 송구가 빗나갔다. 공이 빠졌고, 주자가 2루까지 갔다. 다시 무사 2루 시작이었다.
실점은 없었다. 다이페이펑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주자가 3루까지 갔다. 궈티엔신을 짧은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고, 치우즈청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4회초 1점을 줬다. 천지에시엔을 13구 승부 끝에 중견수 뜬공으로 막았다. 다음 류지홍에게 초구 시속 148㎞ 속구를 뿌렸는데 가운데 살짝 높게 들어갔다. 류지홍의 배트가 돌았고, 좌월 솔로포가 됐다. 스코어 5-1이 됐다.
위에정화에게 우측 2루타를 맞아 다시 1사 2루가 됐다. 최일언 투수코치가 올라와 원태인을 달랬다. 이후 허헝요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린징카이를 헛스윙 삼진으로 제압하며 이닝을 매조지었다.
5회초는 깔끔했다. 장정위를 3구 삼진으로 잠재웠고, 다이페이펑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궈티엔신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정리했다. 이후 6회 김영규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