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기자] 이정후(25)가 대박 계약을 터뜨렸다. 6년 1억1300만달러(약 1484억원)로 아시아 외야수 중 최고액을 찍으며 메이저리그(ML)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는다.

지난해 ML에 입성한 일본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0·보스턴)의 아시아 선수 최고액 9000만 달러도 훌쩍 뛰어넘었다.

2012년 LA 다저스로 이적하며 6년 3600만 달러를 찍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전 토론토)보다 3배 이상 많다. 그럼에도 이정후가 류현진을 넘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구단이 받아가는 포스팅(이적료) 금액이다.

한국인 선수의 포스팅 역사를 살펴보면, 역대 1위는 류현진이다. 2013시즌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을 당시 한화는 이적료로 2573만 7737달러 33센트(약 338억원)를 받았다.

2014년 강정호(당시 넥센)가 피츠버그에 입단할 때 500만 2015달러(약 65억원), 2015년 박병호(넥센)가 미네소타로 떠나며 1285만달러(약 169억원)를 각각 팀에 안겼다.

이후 2019년 김광현(당시 SK)이 세인트루이스 행을 확정해 160만 달러(약 21억원), 2020년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으면서 552만 5000달러(약 73억원)를 소속팀에 챙겨줬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을 맺는다. 포스팅비, 즉 키움이 받는 돈은 1882만 달러다. 계약 규모 자체는 아시아 선수 전체 1위에 올랐지만, 포스팅비만 놓고 보면 KBO리그 역대 2위가 된다.

이유가 있다. 지난 2018년 7월 포스팅 시스템을 개정했다. 이전까지는 비공개 입찰이었다. 선수를 원하는 구단이 포스팅비를 적어 내면, 가장 많은 금액을 쓴 구단이 단독협상권을 얻는 방식이었다. 쉽게 말해, ML 팀들이 제시한 이적료 중 최고액을 제시한 팀만 협상할 수 있었다. 그렇다보니 이적료가 많을 수밖에 없다. 또한 선수가 원하는 팀으로 가기 어려운 구조였다.

개정 후 단독협상권 자체가 사라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선수를 ML 30개 구단에 포스팅을 붙이면,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이 가능하다. 사실상 FA다. 그리고 계약 규모에 따라 일정 비율로 포스팅비를 원 소속구단에게 지급하게 된다.

과거에는 복수의 구단이 원할 경우 ‘눈치싸움’이 있었다. 한푼이라도 더 높은 금액을 써야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니다. FA 계약하듯 여러 팀이 붙을 수 있다. ML 30개 구단 어느 곳이라도 영입전에 뛰어들 수 있다. 계약 규모에 따라 포스팅비도 정해지기에 금액 자체도 예전과 비교해 적다. 이정후가 1억 달러가 넘는 대형 계약을 맺었음에도 포스팅비 자체는 류현진의 그것을 넘지 못하는 이유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이정후가 아시아 최고액을 경신하며 ML에 첫발을 내딛는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정후는 김하성의 3배 이상의 이적료를 안기고 키움을 떠난다. 거의 1년 운영비가 미국에서 날아온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