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강예진기자] 잘나가는 집안에는 다 이유가 있다. 파죽의 9연승을 내달리는 현대건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0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3라운드서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1로 잡았다. 1, 2라운드 모두 흥국생명에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지만 3라운드 설욕에 성공했다. 1,2위 맞대결에서 승전고를 울린 현대건설은 9연승을 질주하면서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삐그덕댔다. 15연승을 내달렸던 지난 두 시즌(2021~2022, 2022~2023시즌)과 달랐다. 1라운드를 3승3패, 4위로 마쳤다.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성적표였지만 대표팀에 차출됐던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또 팀에 새롭게 합류한 아시아쿼터 위파위, 외국인 선수 모마와 호흡도 완벽하지 않았다. 여러 요인으로 주춤했지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위력을 되찾았다.

고비를 넘으면서 스스로 이겨내는 힘도 붙었다. 직전 정관장전이 대표적이다. 1, 2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준 후 돌입한 3세트부터 반전의 서막을 열었다. 내리 세 세트를 챙기면서 ‘리버스스윕 승’으로 연승을 이어갔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승부욕을 봤다. 이렇게 하면 팀이 더 무서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흥국생명전도 마찬가지였다. 주전 세터 김다인이 독감으로 결장했다. 2년밖에 되지 않은, 그것도 경기 출전 경험이 전무한 신인 세터 김사랑으로 경기를 치렀는데, 정예멤버로 나선 ‘강팀’ 흥국생명을 눌렀다. 누구 하나의 ‘원맨쇼’가 아닌 모든 선수가 각자 자리에서 할 몫을 십분 해냈다.

강 감독도 인정했다. 그는 “한두 명이 아닌 여러 선수가 만들어낸 승리”라면서 “시즌 초반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위파위가 공격에서 힘을 주고 있다. 또 전체적인 분위기도 끌어올린다. 모마 역시 경기를 거듭할 수록 제 몫을 하고 있다. 서브로도 상대를 흔들고 있다. 기존 선수들과 호흡도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양효진은 모든 것이 강 감독으로부터 시작된 ‘효과’라고 했다. 그는 “일단 감독님이 편하게 해주신다. 위파위나 모마 등 처음 온 선수들이 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신다. 감독이 솔선수범하니 베테랑들도 후배들을 다정하게 대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편한 분위기 덕에 선수들 간 소통도 잘 이뤄진다. 양효진은 “알게 모르게 소통이 잘된다. 팀 문화로 자리잡았다. 코트 안은 물론 밖에서도 대화를 정말 많이 한다”면서 “모마도 처음에는 이 문화를 불편해했다. 우리가 잡다한 얘기까지 하다 보니 모마 성격도 활발해졌다. 이제는 먼저 다가오고 쉽게 이야기한다. 위파위도 마찬가지다. 한국사람 같을 정도다. 이런 것들이 팀에 플러스가 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끈끈함도 연승의 비결이다. 그는 “직전 시즌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나간 선수들 자리에 들어온 새로운 선수들이 제 몫을 하고 있다. 가령 위파위가 디그를 하면, 미들블로커는 블로킹에 전념한다. 세터도 이에 맞춰 잘 올려준다. 모마도 결정을 내고 있다. 분담이 잘된다”라며 “배구는 보이는 수치가 다가 아니다. 선수들이 각자 잘하는 것들을 하니까 좋은 플레이가 나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