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이 휘둥그레질 내용이었다. 처음엔 가짜뉴스인가 싶었다. 그러나 웬걸 사실이다.

최근, 현대차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공장을 러시아 현지 업체인 아트 파이낸스에 단돈 1만 루블(14만5000원)에 넘기기로 결정한 것.

건설과 운용에만 1조원을 투자한 공장이고 축구장 270배 면적에 연간 20만대 이상의 자동차 생산설비인데 말이다.

13년 전, 러시아에 진출한 현대차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2위, 해외브랜드 가운데선 부동의 1위였다. 그런데 1만 루블의 고철값도 안 되는 헐값에 공장을 넘기고 철수하게 됐다. 도대체 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직격탄이다. 전쟁 여파로 지난해 3월부터 공장 가동을 멈췄고 올해 상반기에만 220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속내를 보면 미국 등 서방세계의 러시아 경제 제재가 큰 이유다. 이들의 수출규제에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동참했다. 결국 현대차가 장부가의 1/200만분의 헐값에 매각한 배경이다. 현대차만 그런 건 아니다. 닛산은 1유로, 르노는 2루블에 공장을 넘기고 철수했다.

문제는 피해를 보는 이가 있으면 이득을 챙기는 쪽도 있다는 것. 현대차가 물러난 자리를 중국업체가 빠르게 대체했다. 손 안대고 코풀기다.

현대차는 2년뒤 공장을 재매입하는 바이백 조건을 추가했지만, 중국의 러시아 자동차 시장 잠식으로 재진출이 녹록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한번 시장을 빼앗기는건 금방이지만, 되찾기는 훨씬 어렵기 때문. 중국에서 삼성 갤럭시가 시장점유율 20%에서 1%대로 급락한 게 그 예다.

더 아쉬운 건, 현대차의 위상 소멸과 함께 한국의 이미지 소실이다. 러시아내 한국의 이미지는 대체적으로 좋았다.

현대차 등 국내기업은 고품질의 상품을 제공했는데, 이는 곧 기업의 좋은 상품이 한국의 이미지 구축이란 선순환으로 이어진 것. 또한 한류와 더불어 현지업체는 다양한 사회공헌으로 긍정 이미지를 심었다.

그러나 퇴각은 이미 결정났다.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상황을 고려해 기존판매한 차량에 대한 AS운영은 지속한다’라고 미련을 남겼지만, 2년후 바이백은 장담못한다.

현대차만의 문제도 아니다. 러시아내 100여개가 넘는 한국 회사들이 사실상 올스톱이다. 매각손해로 철수도 못하고 있다. 국가적 대응과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별개로 경제 전쟁은 속성이 다르다. 테이블 위에서 펀치를 날려도 각자 이익을 위해 그 아래에선 손을 맞잡는다. 실리를 추구하는 머니전쟁은 영원한 아군과 적군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정부도 국민경제와 기업활동을 위한다면 미국,일본 등 한방향에만 목을 매지 말고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야한다. 국가차원의 피해로 돌아오지 않도록 방어하는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