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사실상 1년 전과 다를 게 없다. 지난겨울에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함에 따라 어느 때보다 빠르게 실전을 준비했다. 이번 겨울도 그렇다. 빅리그에 진출했고 빅리그 선수처럼 이른 시점에서 실전 등판에 임할 전망이다. 샌디에이고 고우석(26)의 시계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간다.
계약 과정부터 그랬다. 포스팅 마감 7분을 앞두고 계약을 마쳤다. 마감시한이 지난 4일 오전 7시(한국시간)였는데 2일에 오퍼가 왔고 부리나케 미국으로 향했다. 비행기 결항 속에서 가까스로 미국 땅을 밟았고 메디컬 테스트가 끝난 시점에서 계약이 마무리됐다. 지난 6일 귀국한 고우석은 이제 샌디에이고 선수로서 비시즌을 보낸다.
메이저리그(ML)는 KBO리그보다 캠프가 짧다. 실전까지 2, 3주를 훈련하는 KBO리그 캠프와 달리 ML는 열흘 정도 훈련하면 실전에 돌입한다. 샌디에이고는 2월12일 투수와 포수가 캠프 장소인 애리조나 피오리아에서 모이고 23일부터 시범경기를 치른다. 23일 LA 다저스와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3월14일까지 약 20경기에 임한다. 3월20일과 21일 고척돔 개막전에서 다저스와 마주한다.
고우석의 빅리그 출발선도 동일하다. 2월12일 애리조나에서 샌디에이고 선수로 첫 공식 일정에 임한다. 새로운 감독과 코치진, 동료에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전 소속팀 LG에서도 몇차례 애리조나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김하성도 있는 만큼 홀로 빅리그에 진출한 것보다는 적응이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적응이 목표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전이다. 시범경기부터 좋은 첫인상을 만들고 개막전 투수 13인 엔트리에 포함되는 게 실질적인 첫 번째 목표다. ML는 26명으로 로스터를 운영하는데 그 안에서 투수와 야수를 각각 13명으로 제한한다. 즉 선발 투수 5명 외에 8명 안에 포함되어야 빅리그 마운드에 선다.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 뎁스 차트를 기준으로 삼으면 조 머스그로브~다르빗슈 유~마이클 킹~랜디 바스케스~페드로 아빌라가 5인 로테이션. 불펜진에는 로버트 수아레즈, 마쓰이 유키, 엔넬 델 로스 산토스, 그리고 고우석 순으로 투수진이 구성됐다. 샌디에이고는 2023시즌 불펜이 최대 약점이었는데 마무리를 맡았던 조쉬 헤이더도 FA가 됐다. 고우석 입장에서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에 입단한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시범경기에서 고전한 선수를 개막전 필승조로 기용할 수는 없다. 2023년 부상으로 인한 기복에 시달렸던 만큼 준비 과정이 중요한 고우석이다. 지난 6일 귀국 후 “사실 아직 첫 등판을 하지 않아서 ML에 대해 크게 와닿는 것은 없다. 경쟁해야 하는 위치다. 경쟁을 잘 이겨내서 로스터에 들어간다면 실감이 날 것 같다”고 밝혔다.
개막전을 친숙한 고척돔 마운드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은 호재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도 신중했다. 고우석은 “경쟁해야 하는 위치”임을 재차 강조하며 “잘 준비하고 몸 잘 만들어서 서울에서 첫 경기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계약은 2년 450만 달러 보장, 최대 3년 940만 달러다. 보장액과 최대 수령액이 두 배 넘게 차이가 난다. 샌디에이고는 인센티브 기준을 경기수와 마지막 투수로 등판으로 삼았다. 2024시즌부터 꾸준히 마운드에 서고 마무리 투수 자리까지 꿰차야 인센티브를 모두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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