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영화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 ‘전우치’, ‘도둑들’을 비롯해 역사를 다룬 ‘암살’까지,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는 독특한 패턴이 있다.

주인공이 우연히 어떤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고, 그들과 경쟁 혹은 협업하며 임무를 수행한 뒤 떠난다는 것이다. 우연처럼 만나 운명처럼 얽히고, 정신없는 소동을 거쳤다. 그 가운데 각 군상의 성질이 또렷하게 엿보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은 필수다.

1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외계+인’ 2부도 맥락이 비슷하다. 이안(김태리 분)과 무륵(류준열 분)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사이 운명처럼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외계와 현대, 고려를 오가는 등 스케일이 커졌을 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최 감독의 장기가 어김없이 발휘됐다.

이른바 ‘외계+인’ 1부 요약이 끝남과 동시에 영화는 빠르게 돌진했다. 숨 쉴 틈 없이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는데, 다양한 정보가 손쉽게 소화된다. 150번 넘게 영화를 돌려보고 52개의 버전을 만들 정도로 편집에 공을 들인 최 감독의 노고가 엿보였다. 굳이 1부를 보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 없고, 충분히 신나고 재밌다.

얼치기에서 진짜 도사가 되는 무륵의 성장과 함께 이안이 10년간 그린 설계와 수행, 경박하고 야단스럽지만 신통력 하나는 일품인 신선 흑설(염정아 분)과 청운(조우진 분)의 유머, 의외의 열쇠를 쥔 우왕(신정근 분)과 좌왕(이시훈 분), 무게감 있는 능파(진선규 분)와 자장(김의성 분), 예상을 뒤엎는 민개인(이하늬 분) 등 주요 인물들이, 각자 위치에서 자기 색을 뚜렷하게 냈다.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흰소리가 난무하지만 주요인물간의 대화에는 인생을 관통하는 대사가 녹아있다. 특히 좌왕이 말하는 ‘뜰 앞의 잣나무’ 대목은 수많은 우연이 덧입혀져 운명으로 이어지는 인생을 함축적으로 묘사했다. 몇 차례 반복되는 ‘뜰 앞의 잣나무’는 의미심장한 엔딩과 어우러지며 깊이 면에서도 오락 영화의 수준을 넘겼다.

후반부 반전은 역대 최 감독의 영화 중 가장 강력하다. ‘타짜’, ‘도둑들’ 등에서 뛰어난 반전의 묘를 그려온 최 감독은 ‘외계+인’에서 그야말로 정수를 보여준다. 당하는 사람도 기분이 좋은 속임수다. 이리저리 던져진 수수께끼도 하나하나 정확히 회수했다.

각종 도술이 난무하는 고려식 액션과 어우러진 현대 무술과 총격 액션은 화려하며, 외계에서 온 존재들의 CG도 흠잡을 데가 없다. 특히 하이라이트 신에서 주요 인물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외계인과 대적하는 장면은 한 편의 히어로물을 보는 듯하다. 경쾌한 리듬 속에서 유쾌하면서도 긴박하다.

예상 밖의 평가를 받았던 ‘외계+인’ 1부와는 확실히 다른 지점이 있다. 이야기에 몰입하다 적잖은 횟수로 웃게 되고, 한국 영화에서 못 봤던 상상력에 눈을 번쩍 뜨게 된다. 최 감독의 기존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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