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그놈이 그놈이다’, ‘추리의 여왕2’, ‘김 과장’, ‘즐거운 나의 집’, ‘어셈블리’ 등 숱한 드라마를 연출한 PD가 소설가로 변신했다. KBS 최윤석PD는 지난해 9월 소설 ‘달의 아이’를 출간하고 소설가라는 새로운 명함을 받게 됐다.

‘달의 아이’는 근미래인 2035년이 배경이다. 달의 인력때문에 아이들이 사라지는 ‘에비에이션(Aviation)’ 현상으로 피해를 본 이들과 피해자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럼에도 희망을 찾는 주인공의 모습을 표현했다.

“한 가족이 달을 보고 있는데 딸이 그쪽으로 날아가는 환시가 보였어요. ‘남은 가족들에게 어떻게 펼쳐질까?’라는 호기심에 소설을 쓰게 됐어요.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소설 속 ‘왜 소중한 것은 잃고 난 뒤에야 선명해지는 걸까’라는 문장도 그렇게 탄생했죠.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어요. 100% 과학적인 사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오류가 없도록 노력했죠.”

소설은 어린 딸의 생일 날 모처럼 뜬 슈퍼문을 보기 위해 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는 아내 정아와 남편 상혁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산책길에 유난히 더 크게 보이는 달 주변으로 초록빛 오로라가 보이더니 사람들을 달로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인력때문에 몸무게가 가벼운 아이들이 하늘 위로, 달을 향해 올라가며 재난이 시작된다.

정아와 상혁을 비롯한 지상에 남은 부모들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한발 늦게 긴급 재난 문자가 울린다.

‘달의 아이’ 속에서 펼쳐지는 재난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 두려움은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다. 소설은 현실과 손에 닿을 듯한 미래를 계속하여 오가며 현실에서 놓치고 사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지난 10~20년동안 국내에 수많은 사건들이 발생했어요. 그런 사건을 볼때마다 유족이나 시민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관찰했죠. 앞으로도 재난이나 질병같은 게 계속 생길텐데 사람들은 이 안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했죠. 약간의 과장은 있겠지만 지인들에게 들은 것 나 뉴스를 통해 본것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달의 아이’의 강점은 한국적 정서다. 또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한 가족들의 사투가 현실감 있게 진행된다는 점과 빠른 전개도 하나의 특징이다.

읽다 보면 독자들의 머릿속에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배우가 있을 정도로 모든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사실적이다.

최PD는 “소설을 쓸 때 머릿속에 주인공들을 미리 캐스팅해 놓고 그 배우의 이미지와 캐릭터에 맞춰 진행했다”고 밝혔다.

“드라마를 연출해본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문법 자체가 영상 문법이에요. ‘이쯤 되면 독자들이 이걸 궁금해하겠지?’를 생각하면서 소설을 썼어요. 아마도 각 장의 엔딩이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처럼 쫄깃하게 느껴질 거예요. 조연출부터 배웠던 경험을 잘 녹였습니다”

‘달의 아이’는 출간 이후 밀리의 서재에서 주간 종합 베스트 1위, 알라딘 소설, 시, 희곡 부분 9위, 교보문고 소설 전체 13위를 기록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 특히 ‘스즈메의 문단속’을 뛰어넘는 한국형 감동 판타지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소설은 곧 독자들과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또한,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도서전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소설 하이라이트로도 소개된다.

“아직 조율할 게 많지만 6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지길 희망해요. 또 ‘달의 아이2’도 준비 중입니다. 2권에서는 지구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볼 예정이에요. 2권은 인간의 감정과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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