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동=원성윤 기자] “시설이 최첨단이네. 야구 잘해야 되겠는데 이거.”(김태형 롯데 신임 감독)

롯데 김태형 신임 감독은 지난해 10월, 경남 김해시 상동면 롯데 상동야구장에서 선수들과 상견례했다. 1, 2군 선수들이 모두 집결했다. 선수와 코치진 등 50명 이상이 총출동했다.

김 감독은 상견례 이후 상동 구장에 1주일 간 매일 출근했다. 보통 감독은 상견례 이후 서울로 돌아가는 게 관례였다. 김 감독은 상동에 나와 1~2군 선수들을 지도했다. 김 감독이 이렇게 상동야구장에 애정을 보인 것은 올해 롯데 가을 야구 핵심이 바로 선수층 ‘깊이’(depth)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5군이 아니라 1.2군 정도되는 선수층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주변 코치진에 여러 번 강조했다.

때문에 김 감독은 상동에 매일 출근하면서 투수와 타자들 자세에 신경쓰며 선수들을 지도했다. 실제로 유강남의 타격을 유심히 지켜보던 김 감독은 방망이를 직접 잡고 “위로 올라가면 안 된다”며 꼼꼼하게 지도했다.

불펜에서도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권오원 코치가 투수에게 “주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투구하라”고 주문하자 김 감독은 “빠른 주자가 있으면 슬라이드 스텝을 짧게 하라”고 덧붙였다.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은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당시 김 감독의 눈을 사로잡은 건 ‘투수 투구 분석’ 기계였다. 와인드업 자세, 팔 각도, 릴리스 포인트 등이 좌표값으로 나온다.

롯데 R&D 팀에서는 이를 포심, 투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포크 등을 우투수 좌투수 회전축(tilt) 값까지 환산해 투수 지표를 완벽하게 분석해 낸다.

롯데의 과감한 투자 덕분이다. 지난 2019년부터 2년간 상동구장에 약 10억원을 투자했다. 실내훈련장을 보수하고, 분석장비를 들였다. 웨이트 장비는 미국에서 최신식으로 들여와 모두 교체했다.

과거 롯데 상동 구장은 선수들의 무덤으로 인식됐다. “너 상동으로 보낸다”는 말은 곧 2군행을 뜻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 롯데는 이대호, 강민호, 김주찬, 황재균 등 스타 플레이들이 즐비했다. 이때는 문제가 없었다. 선수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선수층이 급격히 얇아졌다. 위기를 그제서야 직감한 롯데는 “지금이라도 투자해야 된다”며 뒤늦게 상동을 리빌딩하기 시작했다.

이제 상동이 가지는 의미는 다르다. 직원 2명에 불과했던 상동 야구장 10명의 직원이 투입됐다. 전담 트레이너가 선수들 몸 상태를 꼼꼼히 관리한다. BTS가 순차적으로 군대에 가는 것처럼 선수 엔트리를 면밀하게 분석해 상무나 군입대 선수들을 보낼 시기까지도 세심하게 조정한다. ‘주먹구구’였던 과거에서 탈피해 ‘시스템 야구’로 수년 간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 덕분이었다.

롯데 선수들도 ‘상동’이 가진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상동에서 재활과 선수들 몸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해주는 선수들은 1군 콜업을 기다리는 ‘기회의 땅’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어깨 부상으로 재활 중인 롯데 진승현 투수는 “상동에서 2주간 재활을 해서 몸 상태를 10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며 “재활 후 피칭을 시작하면 제구가 안잡히기 때문에 상동에서 제구를 잡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가을야구’를 향한 롯데 전진이 상동에서 시작되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