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강예진 기자]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조현우는 3일 오전 12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호주와 8강전에서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는 데 일조했다. 지난 사우디와 16강전에 이어 ‘슈퍼 세이브’로 팀을 구했다.

고비 때마다 선방이 빛을 발했다. 조현우는 후반 8분 실점이나 다름없는 슛을 두 차례 막아냈다. 맞고 튄 세컨볼까지 반사적인 신경으로 돌려세웠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조현우는 얼굴과 목에 두드러기가 올라와 있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오른쪽 허벅지 안쪽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맞고 뛰었다.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도움 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간절하게 경기했다”고 설명했다.

‘빛현우’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선방쇼였다. 조현우는 “선수들이 지치다 보니 완벽한 찬스를 상대에게 내줄 수 있다고 예상은 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몸이 반응했다. 간절하다 보니 선방이 나왔다. 그 선방이 있었기에 득점을 하고, 이긴 것 같아 뿌듯했다. 4강 준비 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호주에는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가 즐비하다. 공중볼과 제공권 다툼에서 한국은 실점을 조심해야 했다. 조현우는 “코너킥이나 프리킥 상황에서 자신 있게 나와서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다행히 (세트피스에서) 실점이 나오지 않았지만, 후반에는 키가 큰 선수가 (최전방으로) 올라왔다. 나보다 머리가 하나 더 있더라”라고 웃으며 “언제든지 나가서 쳐낼 생각 했다”고 돌아봤다.

조현우는 지난 사우디전부터 2경기 연속 연장 승부에서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필드 플레이어가 아니지만 공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야 하는 건 골키퍼가 더하다. 조현우는 “소리를 지르기 때문에 목이 아프긴 하다. 정신적으로도 힘들다”면서도 “우리는 원하는 목표가 있다. 우승컵을 들어올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당장 내일 경기를 하더라도 잘할 준비는 되어 있다.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만약 연장전에서도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면, 승부차기로 향할 뻔했던 경기였다. 조현우는 “연장전에 돌입하기 전, 승부차기에 가면 무조건 막을 자신은 있었다. 물론 연장전에서 마무리됐지만, 승부차기에서도 막을 거라는 확신을 했다. 다음 경기는 90분 안에 끝내서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미소 지었다.

4강 상대는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만났던 요르단이다. 당시 2-2 무승부를 거뒀다. 악재는 ‘수비의 중심’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현우는 “민재와 함께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훌륭한 선수들이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 4강을 이겨야 민재가 돌아와서 뛸 수 있다. 하나하나 천천히 잘 풀어가겠다”고 다짐했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