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강예진 기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다.

요르단(FIFA 랭킹 87위)은 10일 밤 12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AFC)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카타르(58위)에 1-3으로 패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아크람 아피프에게 페널티킥으로만 3골을 헌납했다.

한국과 조별리그 E조에 함께 묵였던 요르단은 조 3위 와일드카드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올랐다. 16강에서 만난 이라크(63위)에 경기 종료 직전 2골을 몰아치며 3-2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8강에서는 타지키스탄(106위)에 한 골차 리드를 잘 지켜냈다. 방점을 찍은 건 ‘우승후보’ 한국(23위)과 준결승전이었다. 빠른 역습 전개를 앞세워 2-0 시원한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올렸다.

결승전은 카타르 홈구장 분위기였다. 개최국이 결승에 오른 만큼 카타르를 향한 응원이 거셌다. 요르단도 뒤지지 않았다. 특유의 응원소리와 함께 선수단에 힘을 실었다.

전반 탐색전 이후 몰아붙였다. 전반 15분 요르단의 첫 슛이 나왔다. 하프라인 뒤쪽에서 방향 바꿔온 롱볼을 왼쪽 측면에서 누르 알라와브데가 잡았다. 페널티 박스 라인에 있던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건넸고, 무회전 슛으로 골문을 노렸지만 메샬 바르샴 골키퍼가 펀칭했다.

하지만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19분 카타르 아피프가 침투 패스를 받아 박스 안으로 들어갔는데, 나시브가 저지하는 과정에서 파울을 범했다. 페널티킥이 선언, 아피프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물러서지 않고 동점골을 만들어 냈다. 후반 22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야잔 알나이마트가 잡아 그대로 슛을 때렸고, 골망을 경쾌하게 흔들었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다. 후반 26분과 후반 추가시간 아피프에게 페널티킥 해트트릭을 헌납하면서 무너졌다.

요르단은 볼 점유율(58%-42%)과 슛 횟수(16개-8개), 패스 정확도(71%-61%) 등에서 카타르에 우위를 점했지만, 페널티킥의 불운에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세 번째 페널티킥 골이 들어가자, 후세인 아모타 감독은 벤치에 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땐 요르단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 앉았다. 아쉬움의 눈물을 보인 선수도 있다.

그럼에도 요르단은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아시안컵 본선 5번째 무대에서 사상 첫 준우승은 물론, 종전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한 2004년과 2011년 8강 진출을 ‘훌쩍’ 뛰어 넘었다. 시상식 후 요르단 팬들은 선수들을 향한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역사적인 우승에 대한 갈망이 크다”고 했던 후세인 아모타 요르단 감독은 비록 카타르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새 역사를 쓰면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