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모두가 바란 ‘도쿄 리’ 이동경(27)으로 돌아왔다. 실패로 끝난 유럽 무대 도전 이후 장기 슬럼프 조짐을 보인 그가 절치부심하며 겨울을 보내더니 재기의 날갯짓을 했다.

이동경은 지난 9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끝난 ‘하나은행 K리그1 2024’ 2라운드 김천 상무와 원정 경기에서 프로 커리어 처음으로 한 경기 3개 공격포인트(2골1도움)를 작성, 팀의 3-2 신승을 이끌었다. 울산은 리그 개막 이후 2연승을 달렸다.

단연 으뜸이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그는 전반 16분 루빅손의 왼쪽 크로스를 논스톱으로 공략해 선제골로 연결했다. 9분 뒤엔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주발인 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상대 견제를 따돌리며 차 넣었다. 전반 28분엔 오른쪽 풀백 장시영의 오버래핑 타이밍에 맞춰 감각적인 전진 패스로 결승골을 도왔다.

‘울산 프랜차이즈 스타’ 이동경은 팬 지지 속 2022년 겨울 이적시장을 거쳐 독일 분데스리가 2부 소속 샬케04로 임대 이적했다. 그러나 발등뼈 골절 등 부상에 시달리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샬케가 2022~2023시즌 1부 승격에 성공했지만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2부 소속 한자 로스토크로 재임대돼 재기를 모색했는데, 잦은 부상 여파로 여의찮았다. 12경기 무득점.

결국 지난해 여름 울산으로 돌아왔다. 홍명보 감독이 출전 기회를 줬지만 실전 감각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경기 체력이 약했다.

이동경은 독을 품었다. 지난시즌 직후 휴식기부터 개인 훈련하며 몸을 만들었다. 일찌감치 5kg 감량, 전성기 시절 체중인 73kg을 만들었다. 일본 이시가키, 가고시마 전지훈련 기간 이동경의 몸 상태는 선수단 내에서 가장 좋았다. 홍 감독도 그의 인내와 노력을 인정했다.

이달 세상 밖으로 나올 딸도 커다란 동기부여다. 만삭인 아내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지난 1일 포항 스틸러스와 개막전을 찾기도 했다. 선수로 재기는 물론 한 가정의 가장으로 거듭나겠다는 이동경의 진심 어린 노력이 김천전에서 잘 표현된 것이다.

그는 선제골을 넣은 뒤 공을 유니폼 상의에 집어넣는 ‘베이비 세리머니’로 자축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