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더 이상 커리어와 드래프트 지명 순위가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다. 출전 기회가 생겨도 기량을 증명하지 못하면 금세 라인업에서 이름이 빠진다. 당당하게 “리빌딩 종료” “달라진 우리”를 외친 한화가 정말 이전과 다른 운영을 하고 있다.

김민우가 대표적이다. 팀에서 유일하게 3년 연속 130이닝 이상을 소화했지만 ‘선발 후보군’으로 강등됐다. 지난달 중순 류현진이 합류하면서 들어갈 수 있는 로테이션은 한 자리밖에 남지 않았다.

선수도 이를 수용했다. 낙심하지 않고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모든 것을 뜯어고쳤다. 체중 감량과 투구 템포 변화, 팔 스윙 궤적까지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화를 시도했다. 김민우는 “비시즌 동안 노력을 정말 많이 했다. 결과가 따라오지 않으면 속상할 정도”라고 밝혔다. 당당하고 후회 없이 올시즌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바람대로 결과가 나온다. 시범경기를 통해 선발진 재진입을 이뤘고 정규시즌 첫 경기도 완벽하게 치렀다. 김민우는 지난 26일 문학 SSG전에서 5이닝 2안타 3볼넷 6삼진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올렸다. 2021년 14승을 올리고 시즌 중 도쿄 올림픽에 출전해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보다 투구 내용이 좋았다. 향상된 구위로 자신 있게 속구와 포크볼을 던져 마운드를 지켰다.

김민우가 다시 올라서면서 한화는 선발진 다섯 자리를 든든히 채웠다.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 외인 원투펀치. 그리고 류현진과 문동주에 김민우까지 국가대표 경력자 셋이 토종 선발 트리오를 이룬다. 예전처럼 드래프트 상위 지명이거나 미완성된 유망주에게 섣불리 기회를 줄 필요가 없다.

야수진도 비슷하다. 캠프부터 2루 무한 경쟁을 선포했다. 경쟁 결과 문현빈이 주전 2루수로 낙점받았다. 안치홍은 1루와 지명타자를 오가며 정은원은 코너 외야로 향했다.

정은원은 신인 시절인 2018년 역대 최고 2루수 정근우와 경쟁에서도 승리했다. 2021년에는 2루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한화의 현재이자 미래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정은원도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외야 글러브를 착용한 채 개막 2연전을 치렀다. 리드오프 중책도 맡았는데 출루하지 못하면서 지난 26일 최인호가 정은원을 대신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9일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굵직한 출정식으로 새 시즌 각오를 다진 한화다. 이 자리에서 한화는 올시즌 다짐인 “Rebuilding is over(리빌딩 종료)”와 슬로건인 “Different us(달라진 우리)”를 외쳤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돌려서 얘기하는 것보다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게 헷갈리지 않고 더 낫다. (슬로건(달라진 우리)에) 부담을 느끼더라도 그 부담을 이겨내야 한다. 프로가 부담이 된다고 못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많은 이가 새로운 구장 첫해인 2025년을 예상했다. 올해까지 리빌딩을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순위 싸움에 뛰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지 않다. 더 이상 기다릴 여유도 기다릴 필요도 없다. 한국 최고 투수 류현진이 왔고 젊은 대표팀을 상징하는 노시환과 문동주가 있다. 무엇보다 치열한 내부경쟁을 유도하는 뎁스도 만들어지고 있다. 6년 만의 가을 야구가 절대 꿈이 아닌 한화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