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경상북도 영양군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피식대학’(이용주 김민수 정재형)이 논란 7일만에 고개를 숙였다.
방송가에서는 이번 ‘피식대학’ 사태가 자체 검열이 부족한 웹 예능의 폐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재미에만 몰입해 타인을 무시하는 발언의 문제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피식대학’은 지난 11일 공개한 ‘경상도 호소인’ 코너에서 인구 1만5000명의 소도시인 경상북도 영양군을 방문했다.
앞서 부산과 경주, 통영, 대구 등 경상도 주요 도시를 찾아 다양한 먹거리를 소개하고 지역의 따뜻한 분위기를 전했던 것과 달리 영양군은 시종일관 무시하고 조롱했다. 지역 비하는 물론 이들이 직접 만난 일반인까지 노골적으로 험담했다.
영상 속 세 멤버 이용주, 김민수, 정재형은 영양군에 대해 딱히 갈 곳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심심한 마을인 것처럼 묘사했다. 영양군의 한 마을을 “중국 아니냐”고 폄훼했고, 찾은 음식점은 노골적으로 맛없다고 험담했다.
지역특산물인 인기 젤리를 맛 본 뒤 ‘할머니를 씹는 맛’이라고 했고, ‘공무원이 영양에 발령받으면?’이라는 말을 던져놓고 무시하는 투로 웃음만 이어갔다. 불과 몇 시간 전 팬이라며 반가워한 공무원을 두고 한 말이라는 점에서 더 놀랍다.
유튜브 초창기, 웃음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피식대학’의 모습은 사라졌고 거만함만 엿보였다. 이들은 논란 뒤 “직접 사과하는 것이 먼저였다”며 자신들이 조롱한 음식점과 영양군청을 찾았다. 그러나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은 ‘피식대학’에 대한 배신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피식대학’은 웹 예능의 신화로 꼽힌다. 일상에 녹아있는 각종 직업이나 인물의 특색을 짚는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고, 메타코미디클럽과 함께 한 토크쇼나 무대 코미디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너드남’을 강연하는 콘텐츠나 미국 쇼를 연상케 하는 피식쇼도 성공했다. 2019년 4월 첫선을 보인 뒤 2년 만에 100만 구독자를 달성하고 현재 300만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이번 논란은 비교적 심의나 제약에서 벗어났던 웹 예능 제작진의 안일한 판단이 사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웹 예능은 TV 프로그램이나 OTT에 비해 제약이 적다.구독자가 채널을 선택해 시청하기 때문에 욕설,외모비하 등 자극성을 기반으로 한 유머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소규모 제작진으로 만들어지는 터라 진정성을 위장한 조작 방송도 적지 않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인물들도 출연한다. 구독자와 공감대를 놓고 아슬아슬한 선 타기를 하다보니 때론 지나치게 대중의 불편함을 자극해 논란이 되기도 한다.
‘피식대학’ 외에도 최근 채널 ‘르크크 이경규’에서도 진돗개 혐오 조장 논란이 일었으며, 김민아나 박나래의 성적인 발언 논란도 웹 예능에서 발생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머니게임’(2021)의 파장도 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피식대학’이 위상이 높아지면서 영향력도 커졌다. 경상도를 조명하는 방송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한 것이다. 이번 논란은 콘셉트의 차원을 넘어서는 비하 발언으로 이어졌다”며 “유튜브가 제약이 덜한 편이지만 무제한은 아니다. 웹 예능이라도 균형 있게 선을 넘는 게 중요하다. 이번 논란은 웹 예능 출연진도 자신의 발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고심하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