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창립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SM 경영권 분쟁 1년여 만에 공개 석상에 섰다.
30일 오전 이수만은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국제저작권단체연맹(CISAC) 정기총회에 ‘문화의 국경을 넘다: K팝 사례 연구’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CISAC은 1926년 창립돼 세계 116개국 225개 단체를 회원으로 둔 저작권 분야 최대 규모 국제단체다. 정기총회는 한음저협이 20년 만에 우리나라에 유치해,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6일간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다.
기조연설을 위해 단상에 선 이수만은 수많은 취재진들의 플래쉬 세례와 참석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저는 이수만입니다”라고 인사를 한 그는 “이렇게 귀한 자리에 기조연설을 하게 해주셔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수만은 가수로 시작해 SM엔터테인먼트 설립 과정을 돌아봤다. 그는 “가수로서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하고 SM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가요계를 산업화하고 K팝이란 장르를 만들어 한국의 아이돌 산업을 세계화 하는 여정을 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수만은 K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프로듀서 등 창작자들의 저작권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지적재산권은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되어줬다. K팝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되어줬다. K팝은 제작 초기 투자 자본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분야다. 무대에 데뷔하기 전까지 아이돌 지망생을 발굴하고 트레이닝하고 육성하는 수년의 기간을 거쳐야 한다. 지금 우리의 K팝은 이 과정을 거쳐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아이돌이 탄생했다”며 “저작권은 프로듀서 등 창작자들의 물질적 대가를 보호하고 활동이 지속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며 SM엔터테인먼트도 다양한 콘텐츠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AI와 챗봇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창작자와 소비자의 소통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그는 “이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K팝과 AI의 접목은 K팝이 전세계 팬들과 소통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 확신한다. K팝과 AI은 컬처와 테크놀로지의 융합이며 팬들과의 더 길고 폭넓은 전면적인 만남을 예고하고 있다”며 다만 AI 챗봇의 발전으로 지적재산권 침해, 불법 복제 배포, 표절 등의 문제가 나오면서 원창작자들에게 그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수만은 “창작자들이 가져가야 할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창의성이 가장 존중되어야 하는 문화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잘못된 구조로 변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으며 지적재산권 관련 법규 제정과 세계적인 표준, 기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챗봇, 아바타 등에도 일종의 아이디가 발급돼서 실명제가 되어야 한다”며 “창작은 어디서나 누구에게서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환경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 어디서도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고 그들이 음악 저작권을 등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AI의 세상을 여는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표권 출원한 이수만, 엔터 복귀하나
일각에서는 이수만이 이번 기조 연설이 복귀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다만 이날 취재진과 질의응답은 진행되지 않았으며, 연설에도 엔터 업계 복귀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이수만은 최근 최근 개인 회사 ‘블루밍 그레이스’를 통해 ‘A2O 엔터테인먼트’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특허정보 검색 서비스에 따르면 A2O엔터테인먼트의 주 사업은 연예오락업이다.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상표 출원을 통해 국내 복귀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이수만은 지난해 2월 자신의 SM 지분 18.4% 전량을 하이브에 총 5200억여 원에 넘기면서 맺은 ‘3년간 국내 경업금지’ 조항으로 인해 상표가 출원된다 하더라도 곧바로 국내에서 연예 기획사로 활동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전 총괄은 하이브에게 경업금지 조항을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수만 측은 A2O 엔터테인먼트는 단순히 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경업 금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만은 지난해 SM 인수전 이후로는 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 힘을 쏟아왔다. 이수만은 지난해 폭우 피해를 입은 몽골에 ‘재해 나무 심기 기부금’ 1억원을 기부하고, 나무심기를 통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환경 개선 프로젝트에 나서는 등 환경 문제 관련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