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마지막 촬영 때 저도 모르게 울컥했어요.”
배우 수현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마지막 촬영 날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울음을 꾹꾹 참아내고 감정을 억누르며 촬영을 마쳤다. 그는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애정을 쏟곤 하지만 이렇게 애정을 많이 쏟은 작품은 처음”이라며 “배우로서 의미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종영한 JTBC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우울증, 비만, 불면증 등 현대인의 대표적인 질병으로 축복같은 초능력을 잃은 히어로들이 특별한 여성을 만나 다시금 능력과 행복을 되찾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수현이 연기한 복동희는 비만으로 나는 능력을 잃은 초능력자로 복씨 집안의 장녀다. 처음 대본을 받아온 매니저는 “안 예쁘게 나올텐데요”라며 우려했지만 수현은 누구보다 동희 역에 애착을 보이며 매일 수 시간이 걸리는 특수분장도 마다 않았다. 폐소공포증이 있던 그는 몇 겹의 실리콘 특수분장을 이겨냈다.
“특수분장은 매 순간 패닉과 싸움이었죠.(웃음) 육체적인 한계에 도전해야 했어요. 얼굴에 붙이는 실리콘 무게만 2Kg에 달했죠. 화장실도 가지 못해 물도 못 마셨죠. 손가락까지 특수분장을 해서 분장 뒤에는 비닐장갑을 꼈어요. 나는 초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특수분장 안에 하네스를 입고 와이어를 달기도 했어요. 촬영을 마치면 아세톤으로 실리콘을 떼야 했어요. 매번 불구덩이에서 연기하는 느낌이었죠.”
힘든 특수분장을 받느라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화장실도 못가다 보니 특수분장팀에게 종종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수현은 자신의 투정을 묵묵히 받아준 특수분장팀에 각별히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아스팔트 위에 널부러지듯 누워있곤 했다. ‘더워요, 힘들어요, 짧게 촬영하면 안되나요’라는 투정을 모두 받아준 분장팀을 보며 ‘힘들어도 이분들을 위해서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복동희라는 인물을 포기하지 않은 건 ‘도전’의 의미가 컸다. 그는 “동희에게 공감했다. 우울증, 비만 같은 질병보다 동희가 가족, 특히 엄마를 사랑하는 딸이라는 점이 와닿았다”며 “1남 2녀의 ‘K장녀’로서, 여자로서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혼과 출산은 수현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 2019년 차민근 씨와 결혼해 2020년 딸 아라양을 출산했다. 수현은 “아이 엄마가 되니 도전에 두려움이 없어졌다. 또 하나의 성장이 아닐까 싶다”며 “딸은 TV에 나온 엄마를 보며 ‘쳐비 맘’(chubby mom)이라고 부르곤 한다”고 웃었다.
한국 배우 최초 마블 시리즈에 출연했던 수현에게 할리우드는 여전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제안이 왔을 때 할리우드 영화 캐스팅 제안도 동시에 들어왔다. 유명배우들과 함께 하는 영화의 여주인공이다. 하지만 수현은 망설이지 않고 복동희를 택했다. 그는 “나한테는 한국 시장이 가장 중요하다. 늘 한국에서 인정받고 싶었다. 처음 할리우드 시장에 진출했을 때 현지로 이사가는 걸 권유받기도 했지만 안방을 사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지도가 높은 수현이지만 올해는 안방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하반기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2’가 공개될 예정이고 토론토 영화제에 호평받은 허진호 감독의 영화 ‘보통의 가족’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수현은 “한국 콘텐츠가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이제 국내에서 활동해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다”며 향후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