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방탄소년단 진부터 세븐틴까지 하이브 대표 아티스트들이 MBC에 출격한다.
MBC는 지난해 하이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4년간의 냉전을 마무리지었다. 당시 MBC 안형준 사장이 내민 손을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잡으면서 화해분위기가 조성됐다.
양사는 국내 음악 산업과 방송 콘텐츠 시장의 동반 성장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MBC는 그간 잘못된 방송 콘텐츠 제작 관행으로 지적받아온 프로그램이나 시상식 출연 강요 등을 없애기로 했다. 방송사의 지위를 이용한 프로그램·시상식 등의 출연 강요, 일방적인 제작 일정 변경 요구, 상호 협의 없는 출연 제한 조치 등이 포함됐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2018년 방탄소년단이 MBC의 연말 가요축제인 ‘가요대제전’의 엔딩을 맡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가요대제전’의 마무리는 당해 가장 인기가 높았던 가수가 맡곤 한다. 당시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국제 시상식을 휩쓸며 신드롬적 인기를 끌었던 만큼 SBS, KBS 등 여타 방송사 가요 축제의 엔딩을 장식했지만 MBC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엑소가 엔딩 무대에 섰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2019년 12월 31일 열린 MBC ‘가요대제전’에 불참했다.그해 방탄소년단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무대에서 진행된 ABC방송의 신년특집 ‘딕 클라크스 뉴 이어스 로킹 이브 위드 라이언 시크레스트 2020(Dick Clark’s New Year’s Rockin’ Eve with Ryan Seacrest 2020, 이하 뉴 이어스 로킹 이브)’에 출연했다.
양측은 보이지 않는 갈등을 이어갔다. MBC는 당시 하이브 소속이었던 여자친구나 신인이었던 엔하이픈의 ‘음악중심’ 출연을 불허했다. 그러자 하이브도 세븐틴의 ‘음악중심’ 보이콧으로 맞섰다.
결국 4년만에 MBC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며 하이브와 힘겨루기를 종식했다. 일각에서는 하이브가 플레디스, 쏘스뮤직, 빌리프랩, KOZ엔터테인먼트 등을 레이블로 편입하면서 몸집을 키웠기 때문에 MBC에겐 별다른 도리가 없었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하이브 계열 가수들의 출연이 활발해지면서 MBC 프로그램도 활기를 띄는 모습이다.
하이브와 화해 후 하이브 아티스트 중 처음으로 엔하이픈이 MBC ‘쇼! 음악중심’ 무대를 꾸몄고, 르세라핌이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 뉴이스트 출신 황민현이 지난해 말 가요대제전 MC를 맡아 화제를 모았다.
또한 지난달 전역한 방탄소년단 맏형 진이 MBC ‘푹 쉬면 다행이야’의 녹화를 마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모았다. 만기 제대한 진이 군 전역 후 처음으로 선택한 예능이란 점에서도 의미있는 행보다.
5일엔 MBC가 세븐틴을 조명한 특집 다큐멘터리 ‘매직아워, 더 세븐틴’을 방영한다. 이날 오후 8시 40분에 방송되는 ‘매직아워, 더 세븐틴’은 2015년 데뷔와 함께 성장한 세븐틴과 팬들이 함께 즐기는 공연 문화를 통해 K팝 산업을 조명해 보는 내용의 특집 다큐멘터리이다.
미니 10집 ‘FML’이 작년 한 해 전 세계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에 등극하는 등 세계적인 기록을 세운 세븐틴의 지난 9년간 이뤄온 것들을 짚어본다. 또한 일본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일본 닛산 스타디움 공연을 앞두고 있던 당시 백스테이지의 모습과 공연지인 일본 요코하마 등에서 열린 다양한 부대 행사의 현장도 전한다.
이 모든 걸 MBC에서 방영한다는 건 하이브와 MBC가 4년이나 묵은 감정의 골을 털어냈기에 가능했다. 양측은 활발한 아티스트 출연뿐 아니라 MBC 사내 벤처 스타트업 기업인 블래스트가 제작한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가 하이브의 팬 커뮤니티 서비스 ‘위버스’에 입점하는 등 다방면으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양측이 대의적인 차원에서 손잡고 공연뿐 아니라 예능과 시사, 교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나간다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