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대한민국이 바야흐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가운데 최근 발족한 대한시니어체육진흥협회(시니어체육협회)가 시니어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제대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 첫 걸음이 시니어들을 위한 전용 스포츠 공간 창출이다.

시니어체육협회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송용운 학교법인 고양학원 이사장(75)은 시니어들이 편안하게 스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고양학원의 스포츠 시설들을 시니어체육협회에 제공하기로 했다. 시니어체육협회는 해당 시설들을 활용해 시니어 전문 스포츠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종목별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통 큰 결단을 내린 송용운 시니어체육협회 회장을 만나 그가 그리는 시니어스포츠의 미래상을 들어봤다. 다음은 송 회장과의 일문일답.

- 시니어체육협회를 결성해 조직적으로 움직여야겠다고 결심을 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우리는 사회복지, 노인복지 시대를 살고 있지 않나. 그런데 현실을 돌아보면 스포츠 시설은 제한돼 있고 이용신청을 하려고 해도 복잡한 시스템을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예약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도 체육시설을 예약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시니어들은 더 힘들다. 그래서 시니어 전용 스포츠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구상을 처음 접했을 때 무릎을 쳤다.

절대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필드하키 선수 출신이다보니 은퇴한 베테랑 선수들을 전국 단위로 조직해서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생활체육 무대에서 전국대회도 하고 국제대회도 참가하면서 활성화시키고 싶었는데 생각했던 만큼 잘 풀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런 일에 앞장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고 조직화 해주신 분들께 더 감사한 마음이다.

- 시니어체육협회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구상인가?

선진국가는 어느 나라이든 스포츠가 생활화돼있다. 그 속에서 엘리트 스포츠도 건강하게 성장한다. 외국에 나가면 종종 시니어 마스터스, 그랜드 마스터스 같은 대회를 지켜볼 기회가 있는데 나보다 훨씬 연배가 많은 어르신들이 선수로 대회에 참여하면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팔순의 할아버지가 유니폼 입고 운동장에 나오는 것만 해도 그저 영광스럽다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봤다. 그런 분들이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분위기가 부러웠다.

우리 주변에서도 시니어 스포츠를 단계적으로 시스템화해서 시니어들이 스포츠 활동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은 그런 체계를 갖추지 못했지만 시니어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편이라 체육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조금만 더 조직적으로 뒷받침해준다면 시니어 세대가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를 통해 스포츠 산업이 육성되고 건강에 대한 기회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니 국가적으로도 이득이다. 고양학원의 스포츠 시설 만으로 시작하지만 그런 목표와 의무감을 갖고 전국적으로 확산시켜나갈 계획이다.

- 단기적으로는 어떤 성과나 목표를 이뤄야 한다고 보나?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활동할 수 있는 근거를 갖추기 위해 정관도 만들고 행정적인 절차를 밟았다. 하나둘씩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어떤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그려나가야 한다. 기존 스포츠 뿐만 아니라 시니어들에 특화된 뉴스포츠도 개발하고 보급할 예정이다. 종목별 프로그램을 체계화하고 동시에 시니어스포츠에 특화된 지도자들을 육성해야 한다.

지역마다 시니어 단체를 조직화해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시니어 스포츠 전국대회도 열 수 있고 연령대별 대회도 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원도 이끌어내야 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시니어올림픽이 열리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이 대회도 한 번 국내에 유치해보고 싶다. 할 일이 많다.

- 무엇보다 학교 체육 시설을 시니어 스포츠 전용 공간으로 열어놓은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수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항상 학교 스포츠 시설을 개방을 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청에서 정책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한다. 비용은 조금 더 소요되겠지만 있는 시설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공간을 놀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나.

- 고양학원 소속인 백송고는 야구부를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 스포츠 뿐만 아니라 학생 스포츠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것 같다.

야구부 창단한 지 약 17년 정도 되는 것 같다. (내가) 만들어는 놨지만 실제로는 관계자, 코칭스태프, 학부모님들이 힘을 합쳐서 키워가고 있다. 학생 선수들은 어때야 한다는 정도만 강조한다.

- 평소 어떻게 체력관리를 하고 있나?

매일 2시간 이상 걷고 시간이 날 때마다 산에 오른다. 틈틈이 골프를 즐기는데 하키 선수로 뛰었던 것이 꽤 도움이 된다. 스윙 매커니즘이 유사해 임팩트가 좋은 편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