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최초와 최초’의 소리없는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 1차 고지는 2m31㎝.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우상혁(28)과 역대 최초의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무타즈 에사 바르심(33·카타르)이 ‘최초의 도전’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스타트는 우상혁이 끊었다. 13일(한국시간) 모나코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WA)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높이뛰기에서 2m28㎝를 넘어 공동 3위에 올랐다. 세 차례 2m31㎝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한국 육상 수직도약 대표팀 김도균 코치는 “대회를 통해 확인한 숙제를 파리 올림픽 경기일까지 풀어낼 것”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대신했다.
우상혁은 14일 프랑스에 도착해 대한체육회가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마련한 사전 훈련캠프 ‘팀 코리아 파리 플랫폼’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시작했다. 2022년 5월 도하 다이아몬드리그 우승, 7월 유진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지난 5월 홧 그래비티 챌린지 준우승 등 세계 정상급 기량이라는 것을 확인한 만큼, 컨디션 관리와 ‘남은 한끗’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색깔의 문제일 뿐 올림픽 육상 종목에서 한국 선수가 메달을 딴 건 1996년 이봉주(은메달)가 마지막이다. 1992년 황영조(금메달)까지 포함해도 단 두 개뿐. 마라톤이 아닌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는 것은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단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우상혁의 도전 자체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가장 높은 것은 바르심이다. 역대 전적에서도 2승 12패로 압도당했다. 최고기록 역시 2m36㎝인 우상혁보다 7㎝나 높은 2m43㎝이다. 우상혁은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바르심과 여러차례 우승 다툼을 하는 좋은 경험을 했다. 중요한 순간에는 내가 이길 수도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말로 더 높이 뛰어오르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우상혁은 올해 기록으로는 2m33㎝로 바르심(2m31㎝)보다 높이 뛰었다.
바르심은 15일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하일브론에서 열린 하일브론 국제 높이뛰기 대회 남자부에서도 2m31㎝를 넘어 우승했다. 자신의 올해 최고기록인 2m31㎝를 한 번에 뛰어넘은 바르심은 2m35㎝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일찌감치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파리가 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선언했다. 카타르 기수로 나설 예정인 바르심은 도쿄올림픽에서 2m37㎝를 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 대회부터 올림픽에 출전해 세 차례 모두 메달을 따냈는데, 역대 최초의 ‘2연패’로 자신의 라스트 댄스를 화려하게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다.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높이뛰기 메달과 올림픽 역대 최초의 2연패 도전은 내달 7일부터 예선을 시작한다. 결선은 8월11일 오전 2시10분부터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