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황혜정 기자] 전체 1순위로 프로에 들어올 정도로 재능만큼은 뛰어났다. 문제는 자신감이었다. 데뷔 첫 해는 쓰라렸다. 자신감은 커녕 자존감만 낮아졌다.

바닥까지 찍었던 자존감이 스승들의 따뜻한 격려 덕분에 살아났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술적으로도 내면적으로도 성숙해졌다. 한화 아기독수리 투수 김서현(20)이 그렇다.

김서현이 지난 3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T와 경기에서 7회 구원등판해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2번째 홀드를 올렸다.

특히 슬라이더가 날카로웠다. 이날 7회말 2사 1루에서 KT 강백호를 상대로 슬라이더 3개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장면이 백미였다.

도우미가 있다. 한화 양상문 신임 투수코치다.

김서현은 “지난해와 다르게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양상문 코치님께서 슬라이더 던지는 법을 알려주셨는데, 슬라이더가 떨어지는 각이 좋아졌다. 깨달은 포인트가 있다”고 전했다.

두번째 도우미는 한화 김경문 감독이다.

김서현은 “감독님께서 항상 마주칠 때마다 격려해주신다. 면담 때도 감독님과 긴 대화를 나누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고, 나도 편안하게 투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두 코치진의 나이는 김서현의 아버지보다 한참 많다. 그럼에도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려는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코치의 노력으로 20세에 불과한 김서현도 편안함을 느낀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양상문 코치님께서 ‘고개 떨구지 마라. 잘하고 있다’고 매번 격려해주신다. 감독님도 매번 칭찬만 해주신다”고 한 김서현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오히려 편하다. 항상 위로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서현 개인적으론 기술적으로도 성장했지만, 내면도 많이 성장했다고. 김서현은 “오늘같이 크게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도 계속 긴장을 하며 던졌다. 야구란 언제 뒤집힐지 모르잖나. 그게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라고 했다.

지난해 데뷔시즌의 혹독했던 경험이 김서현을 성장하게 했다. 김서현은 “지난해 경기가 뒤집힌 경험이 많아서 언제든 스코어가 뒤집힐 수 있으니 들뜨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등판한다”고 덧붙였다.

2년차 아기독수리 김서현이 주변의 도움을 받고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김서현의 올시즌 기록은 15경기 등판해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1.65다.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조금 더 진중해지고 경기를 대하는 태도가 바꼈다. 자신감이 생기면서 원래 갖고 있던 재능에 노력까지 더해져 도망가지 않는 투구를 하고 있다. 김서현의 성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