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춘천=김용일 기자] “수술하고 많이 울었어요.”
다시 해낼 수 있다는 안도감이 가득해 보였다.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던 박지영(28·한국토지신탁)은 최종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에 성공한 뒤 큰 동작의 뒤풀이보다 두 주먹을 슬쩍 들어 올리며 미소 지었다.
25일 강원도 춘천시 제이드 팰리스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그는 시즌 중 맹장염 수술을 받은 뒤 자기 자신과 싸움을 한 것을 스스럼없이 고백했다.
박지영은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수술한 뒤 재활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몸이) 안 따라줘 많이 울었다. ‘이래서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박지영은 상금과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렸지만 5월 맹장염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한 달여 투어에 불참한 적이 있다. 박지영은 “수술하고 2주 차 때부터 재활했다. 배에 힘이 안 들어가더라. 나인 홀 치는 것도 힘들 듯했다. 하루하루 좌절감을 맛봤는데 시간이 지나며 좋아졌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지영은 다시 우승하게 된 동력 중 하나로 비거리가 늘어난 점을 꼽았다. “수술 이후 살도 쪘다”고 웃은 그는 “힘을 효율적으로 쓰니 비거리도 늘었다. 이 대회를 앞두고 더욱더 중요한 건 정확도였다. 평소보다 셋업 할 때 가까이서 했다”고 설명했다.
박지영은 우승 상금 3억600만 원을 품으면서 누적 상금 9억5610만 원으로 박현경(9억 5985만 원)에 이어 이 부문 2위로 올라섰다. 대상 포인트도 100점을 얻으면서 374점이 돼 박현경(410점)에 이어 2위다. 또 올 시즌 3승이자 통산 10승째. 메이저 대회 우승은 두 번째다.
박지영은 “통산 10번째 우승을 메이저 대회로 하게 돼 너무나 기쁘다. 이 대회는 은퇴하기 전에 한 번은 우승하고 싶었다. 드디어 해냈다”고 만족해했다. 한화클래식에 욕심을 낸 이유에 대해서는 “상금이 가장 크지 않느냐”고 웃더니 “이 대회는 코스 세팅이 매번 어렵다. 전장이 길고 페어웨이 폭이 좁다. 잘 치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는 잘하고 싶었다. 우승하게 돼서 잠을 자기 싫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영은 지난해부터 KLPGA 선수분과위원회 위원장직을 수행 중이다. 이 역시 그가 선수로 성장하는 데 커다란 보탬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 감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선수의 의견을 듣고 해결해 나가려면 이성적으로 해야 한다. 이런 게 골프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여겼다”며 “위원장을 하면서 인간 박지영이 많이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 ‘위원장 임기를 더 수행하는 게 어떠냐’는 말엔 손사래 치며 “워낙 잘하는 후배가 많다. 다른 선수에게도 이런 성장 기회를 줘야 한다”고 웃었다.
끝으로 박지영은 “(하반기에) 2승 정도 더 하고 싶다”며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하는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제패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