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2023년 3월이었다. 2차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한화 코칭스태프가 신인 내야수를 향해 쉬지 않고 박수를 보냈다. 그럴 만했다. 훈련 자세와 기량 모두에 있어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으로 보기 어려웠다. 평가전에서도 두각을 드러냈고 개막 엔트리에도 승선했다. 데뷔전에서 안타도 쳤다. 이렇게 한화 문현빈(20)은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고민도 있었다. 감독과 코치들이 그랬다. 문현빈의 재능을 팀에 녹아내기 위해 문현빈을 어디에 둘지 끊임없이 논의했다. 그렇게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가 됐다. 고교 시절 청소년 대표팀 주전 2루수로 활약했는데 프로 첫해 내·외야를 모두 봤다. 상대적으로 외야진이 내야진보다 부족함에 따라 문현빈이 내야와 외야를 오가며 빈틈을 채우기를 기대했다.

공격도 비슷하다.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 리드오프 적임자로 문현빈이 논의됐다. 그렇게 첫 시즌부터 이따금 1번 타자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수비 포지션과 타순 모두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주 자리를 옮겼던 루키 시즌의 문현빈이다.

2년차인 올해에는 정돈이 됐다. 개막전부터 주전 2루수로 출장했다. 외야 글러브는 벗어둔 채 내야 수비에 집중했다. 보통 2루수가 아니면 3루수로 그라운드에 선다. 그러나 타순 고민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팀 상황에 맞춰 1번 혹은 하위 타순은 오갔다. 1번 타순에 붙은 물음표를 지우지 못하면서 문현빈 외에 최인호 요나단 페라자 황영묵 이원석 김태연 등도 리드오프로 출장했다.

그렇게 긴 실험에 임했고 이제 답이 보인다. 최근 한화는 문현빈 혹은 황영묵을 1번에 넣는다. 내야수로서 수비에서 호흡을 맞추는 둘이 경기마다 번갈아 가장 먼저 타석에 선다.

문현빈은 후반기 1번 타자로 출장한 경기에서 15타수 7안타(타율 0.467)를 기록했다. 표본은 적지만 35타석을 소화한 이원석(0.300), 98타석을 소화한 요나단 페라자(0.242), 37타석을 소화한 황영묵(0.176)보다 결과가 좋다.

지난 3일 대전 두산전 또한 그랬다. 문현빈은 1번 지명 타자로 출장해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0-1로 끌려가던 5회말 상대 선발 최원준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결승 스리런포를 쏘아 올렸다. 홈런에 앞서 3회말에는 중전 안타, 7회말에는 선두 타자로서 2루타로 출루하며 뜨겁게 배트를 돌렸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7회말 2득점 시작점에도 문현빈이 있었다.

이렇게 퍼즐을 맞추면서 팀이 강해진다. 1번 타순만큼 무주공산이었고 문현빈까지 투입될 정도로 고민이 많았던 중견수 자리는 장진혁이 꿰찼다. 야수진 코어인 최재훈 채은성 안치홍 노시환이 없는 자리에도 주인이 생긴다.

한화가 시즌 마지막까지 순위 경쟁에 임하는 비결도 여기에 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면서 상하위 타선의 무게 차이가 컸는데 이제는 조금씩 균형을 맞춘다. 지난 3일 기준 후반기 22승 19패로 5할 승률 이상. 후반기 모습이 이듬해까지 연속성을 보인다면, 신구장 시대의 시작은 이전보다 훨씬 밝을 것이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