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대한민국 ‘휠체어 육상 레전드’ 유병훈(52·경북장애인체육회)은 결승선을 통과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힘차게 휠을 굴렸다. 자신의 마지막 패럴림픽 트랙 레이스였다.
메달에 도전하면 더 좋았겠지만, 애초에 다른 경쟁자들과의 기록차는 현저했다. 그래도 역주를 멈출 순 없었다. 2008 베이징대회부터 5번째 출전한 패럴림픽 트랙과 작별인사였다.
유병훈은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육상 남자 800m(스포츠등급 T53) 결선에서 1분41초20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순위는 7위다.
유병훈의 800m 개인 최고기록은 1분38초36다. 대회 전까지 시즌 최고기록은 1분42초40이다. 이날 ‘시즌 베스트’ 기록을 썼다.
스타트부터 약간 뒤로 쳐졌다. 경쟁자들에 비해 힘있게 휠을 밀지 못했다. 그러나 유병훈은 첫 곡선 주로를 돌면서 튀르키예의 모하메드 니달 켈리파이를 제치는 데 성공했다. 유병훈은 직선 구간에서 6위 그룹의 턱밑까지 추격하고 두 번째 곡선 주로에서 역전을 노렸다.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유병훈은 7위로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1위는 8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브렌트 라카토스(1분37초32). 치열한 2위 싸움의 결과 태국의 퐁사콘 파에요가 1분38초26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고, 3위는 미국의 브라이언 시에만(1분38초44)의 몫이었다.
이로써 유병훈은 2008년 베이징대회부터 16년간 누벼온 패럴림픽 트랙 레이스와 작별했다. 그는 몹시 아쉬운 듯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드존)에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는 말만 남겼다.
장성준 육상대표팀 감독은 “유병훈 선수가 지난 2월부터 몸 관리를 잘 하면서 꿋꿋하게 훈련해왔다. 그런데 뭔가 조금 안 맞았던 것 같다. 그래서 기록도 (기대보다) 덜 나오고 스스로 좀 실망감이 들어 많이 아쉬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록 트랙 경기는 끝났지만, 아직 유병훈의 패럴림픽은 끝나지 않았다. 유병훈은 대회 마지막 날인 8일 오후에 열리는 남자 마라톤(T54)에 출전해 패럴림픽 무대에서 마지막 투혼을 불태울 예정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